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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시급한 원자력 기본 바로 세우기 / 이정윤

등록 2020-12-31 18:51수정 2021-01-01 02:39

이정윤ㅣ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한빛 2호기 증기발생기 수실 정비 중 승인되지 않은 용접봉을 사용하고 은폐했던 것이 2013년 8월 ‘제보’로 드러났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발전소를 정지하고 조사한 뒤 재용접 수리하였고 불안해하는 주민들에게는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곧바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주요 작업 영상기록과 자재 반출입 실명제 등 관리,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이 대책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보수 용접에서 승인되지 않은 스테인리스 용접봉을 사용하고 덮었다가 ‘제보’로 밝혀지는 사태가 2020년 11월 재현되었다. 이젠 약속한 재발방지 대책조차 무력화되었으니 기존 원전 기기에 이처럼 상습적으로 은폐된 부실 용접이 얼마나 있을지 증명해야 할 판이다. 가동까지 중지하고 격납용기 철판에 발생한 작은 부식을 조사하다 결국 157㎝ 깊이의 구덩이를 발견한 격납용기 콘크리트 부실 시공을 연상하게 한다. 원전비리 사건의 단초가 된 2013년 케이블 품질문서 위변조와 전국 원전 안전등급밸브 모의후열처리 부적합 문제 등등을 볼 때 제보 없이는 밝혀지기는 어려운 부실 용접 등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필자와 함께 주민들이 그토록 건의했던 품질안전 강화 대책을 마이동풍처럼 무시한 한수원 경영진은 안전불감증과 소홀한 현장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문제를 수습하는 길은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원자력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한수원 감독하에 지금까지 수행한 모든 원전 안전등급 기기 용접 자재가 제대로 사용됐는지 파헤쳐 국민에게 보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근 전력 사정상 국내 원전 다수가 정지해도 전력 수급에 지장이 없으므로 국민적 불안감 해소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일말의 책임의식이라도 있다면 한수원 임직원들은 스스로 봉급에서 지불하는 성의와 자세라도 보여야 한다. 사실 한수원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수원은 원전 수출 연구 등 현장과 무관한 연구, 했던 연구 또 한 연구, 교수들에게 그냥 주는 연구 등등으로 매년 4천억원을 쓴다. 반면 일본에서는 5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후쿠시마 후속대책에 한수원은 지난 9년간 겨우 3790억원 썼다. 이렇게 현장과 따로 노는 연구는 누구를 위한 건가? 수출한다고 외국에서 콘크리트 시공 부실에 부실 용접까지 할까 걱정된다.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현장 기술지원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 없는 원전 수출에 막대한 연구비를 쓰며 현장 경력도 없는 직원이 연구원장에 임명되면서 ‘원자력 마피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치중하는 걸로 보인다. 최근엔 전력 인프라 구축에 사용할 전력기반기금을 동원해 현실성 없는 핵융합연구원까지 설립됐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핵바이러스를 퇴치하려고 “탈원전 에너지 전환”을 꾀했지만 결국 “탈원전 친핵 전환”으로 바이러스가 변종되어 다시금 팬데믹 되는 것 같다.

한수원은 한빛 5호기에서 야밤에 부실 용접을 했다며 시공사를 고발했으며 원안위는 한수원을 수사의뢰했다. 책임져야 할 기관들이 책임 전가에만 골몰한다. 원안위는 한수원 품질보고만 믿고 한빛 5호기 재가동을 승인하며 협조했다. 캐나다 동종 원전 수명연장에 3조원이 투입되었음에도 겨우 5600억원 투입하며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졸속으로 주도한 세력들이 득세하는 원안위에 국민 안전을 기대할 수 있는가. 감사원과 검찰 또한, 수천억원을 투입하여 수명연장한 월성 1호기 지하가 누설로 방사능 오염이 확산되고 있지만 부실한 수명연장과 주민건강 영향 여부는 조사도 않고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경제성만 따지는 형국이다. 원자력 산업의 규제체계와 연구개발, 경영체계는 현장과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여 원자력의 가장 기본인 안전부터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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