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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진짜 광화문광장을 위한 사회실험 / 김은희

등록 2021-02-01 04:59수정 2021-02-01 08:41

김은희 ㅣ 걷고싶은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일부인 케이티(KT)빌딩 앞 차도 확장 공사와 동화면세점 앞 보도 확장 공사를 지난해 11월16일에 시작하여 1차 마무리한 상태다. 그리고 올해 10월 말 완공을 목표로 상반기부터 서측 광장 조성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사업 착수 전 4년 동안 온·오프라인을 통해 시민 2만2천명과 330회 소통한 결과이며, 시민사회단체와도 33회 소통하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주장과 달리 경실련과 도시연대 등 9개 시민사회단체와 각 분야 전문가 123명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졸속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소통 과정에서 제기된 중요한 쟁점인 서측 광장 조성, 월대 복원, 지티엑스(GTX)-A노선 광화문역 신설, 적극적인 도심부 교통 수요 관리 등을 논의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쟁점에 대한 논의는 회피하면서 소통 횟수만 강조하는 서울시에 소통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였던 것이다.

더구나 서울시는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내부 지침인 ‘보도공사 클로징11’(11월~2월 보도 공사 금지)을 위배하면서까지 동절기 공사를 강행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공사는 올해 3월부터 시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시민의 뜻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권한 대행의 책무이며, 사업 중단이 오히려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억지를 부리면서 동절기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동화면세점 앞 보도 공사 등 실제 공사 내용은 동절기에 강행할 만큼 시급하지도 않았다. ‘알박기 공사’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4월7일엔 보궐선거로 새로운 시장이 취임한다. 그렇다면 800억원이나 소요되는, 여전히 사회적 논란이 많은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은 새로 취임할 시장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현재 지구적으로 2050년에 ‘탄소 제로 사회’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출발 중 하나는 자동차 의존적인 도시 공간을 보행과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으로 과감하게 재편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교통수단의 교체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현재 논란 중인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이야말로 ‘탄소 제로’와 같은 미래가치를 만들어나가는 중심이 될 수 있다.

서울시에 제안한다. 광화문광장 공사를 중단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 실험을 해보자. 주말이 아니라 평일에 한시적으로 동쪽이나 서쪽, 또는 양쪽 차도 일부를 막아 보행전용 공간을 확대하면서 어떤 물리적 구조의 광장이 좋을지 판단해보자. 차도의 양쪽 한 차로씩은 자전거와 개인 이동수단 전용도로로 사용해보면서 자동차 중심의 도로 공간을 바꿔보자. 세종대로 네거리에 대각선 건널목을 새로 만들고, 광화문광장과 동서로 연결되는 횡단보도도 더 설치해보자.

이번 기회에 2003년에 수립한 서울시 버스 정책도 재검토하여 혁신하자.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세종대로에 중앙버스차로를 설치해 버스의 편리성을 한 단계 높여보자. 3천억원을 들여 지티엑스-A노선 광화문역을 만들기보다 서울역에서 광화문까지 자전거와 개인 이동수단으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방안도 만들어보자.

또한 서울시가 기획한 행사로 광장을 도배하지 말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광장 사용을 통해 쓰임새와 규모를 정해보자. 광화문광장을 ‘대한민국 대표 광장’이라는 상징성이나 ‘역사 복원’이라는 과거 회귀에 묶지 말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는 과정’으로 만들어보자.

“새 광화문광장에 진짜 광장을 심겠습니다.” 광화문광장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홍보 문구이다. 과연 서울시다운 발상이다. 그러나 진짜 광장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 구조만 바꾼다고 좋은 광장이 되는 게 아니다. 이제라도 서울시는 일방적 공사 강행을 중단하고, 시민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다시 만드는 절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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