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학교 옆 화단은 제가 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밥을 챙겨주는 맘 좋은 이웃을 만난 우리 네 남매냥은 무사히 첫겨울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땅 주인은 된추위가 온 지난해 12월에 이어 며칠 전 두번째 철거문을 붙였습니다. 학교에서 좀 떨어진 구유지로 집을 옮기고, 봄이 오면 겨울 집을 치운다는 주민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네요. 집 없는 설움인가 봅니다. 정든 곳을 떠나 어디로 가란 말인가요. 이 도시에서 우리 가족이 온전히 쉴 수 있는 집은 정녕 없을까요.
이종근 선임기자root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