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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빌 게이츠 ‘탄소제로 핵발전론’의 허점 / 조천호

등록 2021-02-18 18:41수정 2021-02-19 02:39

조천호ㅣ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에너지원을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핵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동차 사고로 많은 사람이 사망한다 해도 사회적 탄성력은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핵발전 사고가 일어나면, 그 뒷수습에 그동안 핵발전으로 누린 모든 편익을 능가하는 피해가 발생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처리 비용이 2018년까지 236조원이었다. 그 비용으로도 다 해결을 못 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내다버리겠다고 한다. 비용 대부분은 핵발전 회사가 아니라 세금에서 지급 중이다.

핵발전 사고에 유능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가장 치밀하게 구축된 일본의 안전망 역시 무력하다는 걸 보여주었다. 사고뿐만이 아니다. 원자로에서 수만년 동안 방사능을 가진 폐기물이 나온다. 핵발전 비용은 지난 10년간 26% 올랐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예전에 고려하지 않았던 위험을 막아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최근 세계적으로 핵발전소 수요가 적어져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그의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핵발전은 하루 24시간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이 없는 유일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이상적이다”라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는 태양, 바람 등 조건에 의존해 간헐적으로 생산되므로 핵발전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저 부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2020년 영국 서식스대학의 벤저민 소버쿨과 연구원들은 <네이처 에너지> 논문에서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의 탄소 감축 효과를 분석했다.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의 관계는 서로 배타적이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밀어낸다. 정부가 저탄소 에너지 예산을 핵발전에 투입하면 재생에너지 기술에 투자할 자금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관계는 핵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무너뜨리고, 핵발전 확대가 오히려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됨을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용은 각각 89%와 70% 떨어졌다. 재생에너지에 기술혁신이 집중되고 이와 함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20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태양광 발전이 가장 저렴한 전기 공급원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나라는 정부 보조금을 줄이거나 심지어 없애도 재생에너지가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전세계 신규 전력 중 태양광과 풍력이 72%를 차지하였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출력 조절이 되지 않아 유연성이 떨어지는 핵발전은 에너지 체계의 걸림돌이 된다.

빌 게이츠는 그의 회사인 테라파워(TerraPower)를 통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소형 차세대 원자로를 설계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2019년 1056억달러 자산을 가지고 있는 빌 게이츠조차도 막대한 납세자 자금 없이는 그 핵발전소를 건설할 수 없는가 보다. 빌 게이츠는 테라파워가 설계한 원자로 기술을 시범 운영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수십억달러를 지원하도록 의회를 설득하려 했다.

우리나라 보수언론이 주장하듯 핵발전이 그토록 엄청난 이익이 나는 노다지 시장이라면 왜 기업과 개인 투자만으로 해외 진출을 하지 못하는가? 핵발전은 엄청난 정책 지원과 막대한 세금 지원으로만 건설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자기 회사에 납품하는 기업들을 향해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상품을 요구하려 한다. 여기에는 핵발전이 포함되지 않는다. 핵발전은 저탄소 에너지이긴 해도 핵폐기물을 쏟아내 재생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핵발전과 재생에너지는 그 패러다임이 다르므로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는 없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전체 글은 <한겨레> 누리집 ‘조천호의 파란하늘’(hani.co.kr/arti/SERIES/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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