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한 시간여 만에 즉각 수용했다. 연합뉴스
김남일 ㅣ 디지털콘텐츠부장
그래서 남은 검사들은 이제 어쩌겠다는 것일까. 검찰조직을 지켜주겠다던 검찰총장이 대차게 직을 던지고 나갔다. 대선 출마 얘기가 나온다. 그건 더 이상 같이 자장면 먹던 검사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의 일이다. 다 같이 조국·추미애와 싸울 때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정치인과 검사가 한배를 타는 건 다른 차원이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1년, 남은 검사들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사실상 정치를 택한 검찰총장을 박수 치며 떠나보내고 여전히 응원하는 검사들은 아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전직 검찰총장이 하려는 정치, 그의 대권가도를 알게 모르게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새 검찰총장이 와도 윤석열만이 진정한 총장이라며 상왕으로 모시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이 돼서 지금 정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없던 일로 만들어달란 것인가.
앞으로 검찰이 하는 수사마다 정치적 꼬리표가 붙게 될 이 상황을 어찌할 것인가. 생각 있는 검사라면 말장난을 상소문이랍시고 검찰 게시판에 올릴 시간에 제발 그 뜻 거둬달라며 전직 총장 집 앞에서 짧은 목을 내놓고 지부상소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말은 거창하나 지켜진 적 없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니 이제부터는 아예 없는 셈 치겠다는 것인가. 정치가 검찰을 흔든다며 호기롭게 실명 비판하던 검사들은, 저런 정치로는 안 된다며 직접 정치에 나서려는 검찰총장에게는 왜 아무 말 안 했던 것인가. 검찰이 정치를 흔드는 건 괜찮은가. 이 또한 내로남불인가.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미리 준비한 말일 것이다. 그런데 누구로부터가 없다. 정치의 언어는 한없이 헐렁해 보이지만 막상 뱉어놓으면 주어 하나가 없다고 몇날 며칠 난리법석이 벌어진다. 체제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공소장에 흔히 쓰듯 성명불상자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검찰총장이 이런 첩보를 유훈으로 남겼으니 박수 쳤던 검사들은 체제 위협 세력 발본색원에 나서지 않겠는가.
정치는 엉망이고 사회는 혼란스럽다며 무력을 쥔 이들이 직접 나서면 쿠데타가 된다. 지금 미얀마가 그렇고 5·16, 12·12가 그랬다. 민주화 이후 가장 센 권력기관은 검찰이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검사들이다. 검사들은 구국의 심정으로 떠난다는 검찰총장을 따라 노도와 같이 들고일어나겠다는 것인가.
이 질문에 현직 검사들이 답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검찰총장이 사상 초유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며 직을 던졌기 때문이고, 그렇게 떠난 총장에게 잘하신다며 박수 치는 검사들이 있기 때문이며, 검찰을 이용해 정치하려는 이를 교조적으로 따르는 검사들이 많아서고, 당면한 조직의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검사들은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이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느냐고 따질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억울해하는 피의자가 있다면 검사 당신은 무어라 하겠는가. 박수 칠 때 어서 조사실을 떠나라 하겠는가. 누가 괴롭히면 정치로 갚아주겠다며 옷을 벗는 게 검찰수사실무인가. 수사가 막히니 별건정치를 하겠다는 것인가. 하긴 몇몇 검사는 그렇게 금배지를 달았다. 검찰의 생존전략은 정권 페이스에 맞춰 충성과 배신의 스톱워치를 누르는 데 있지 않았던가. 힘 빠진 정권이 막판 내달려 등을 보인 것이 그리 억울한가. 솔직히 이번 정권은 다를 거라 믿었는가. 공익의 대표자라면서 내심 무엇을 바랐길래 그리 배신감을 토로하는가.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윤 전 총장이 정치를 안 하면 된다. 이 간단한 답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이러할 것이다. 윤석열이 정말로 정치하겠다고 나서니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아니다. 그저 이 모든 상황이 낯설고 신기할 뿐이다. 후배 검사들이 앞으로 하게 될 정의로운 수사마저 정치수사, 표적수사라는 기본값에서 출발하게 만든 검찰지상주의자 윤석열의 행보가 황당하고, 조직으로 뭉쳐 그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검사들이 기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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