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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미국의 ‘영원한 내전’…지난해 2만명이 죽었다 / 존 페퍼

등록 2021-03-28 16:18수정 2021-03-29 02:10

존 페퍼 ㅣ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국외에서 미국의 ‘영원한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 안에서의 ‘영원한 전쟁’은 어떠한가?

2020년 거의 2만명의 미국인이 총기 폭력으로 숨졌다. 팬데믹과 경제적 봉쇄도 미국인들이 서로를 죽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지난 20년 사이 어느 해보다도 많은 숫자다. 여기에는 매년 총으로 자살하는 2만4000명은 포함되지도 않는다.

폭력은 2021년에도 멈추지 않았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와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두 건의 총기 난사는 미국이 전쟁지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미국은 세계에서 1인당 총기 소유 비율이 가장 높다. 평균적으로 100명당 총 120정을 갖고 있다. 미국에 근접한 나라는 100명당 52정의 총을 갖고 있는 예멘이다. 예멘은 진짜 전쟁을 하고 있지만 1인당 총기 수는 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

총기 판매상은 여전히 미국에서 장사가 잘된다. 폭도들이 미국 의사당을 습격한 지난 1월 미국인들은 200만개 이상의 총을 구입했는데, 이는 한 달 기준으로 사상 세번째 기록이다.

물론 모든 미국인이 총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총기를 여럿 가진 사람이 많다. 이들 총기 소유자들은 많은 정치적 힘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세력 중 하나인 전미총기협회(NRA)는 500만명 회원을 자랑한다.

전미총기협회 때문에 의회는 온건한 총기 규제조차 통과시키지 못했다. 예를 들어 2013년 하원은 총기 난사에 많이 사용되는 돌격소총(AR)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코네티컷주 샌디훅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이 6~7살 어린이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 한 달 뒤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상원 문턱을 못 넘었다.

총기 찬성파는 미국 수정헌법 제2조가 총기 소유권을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이 조항에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돼 있다. 전미총기협회는 헌법이 모든 시민의 총기 소유권을 보호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인민의 권리”라는 문구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 조항은 분명히 무기 소지 권리를 “잘 규율된 민병대”의 유지와 연결짓는다. 헌법이 쓰여졌을 때, 입안자들은 연방정부의 폭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민병대를 유지하는 개별 주들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조항은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잘 규율된 민병대 안에서의 무기 소지에 초점을 둔다.

대법원은 이 해석을 유지했으나, 2008년 권총 소지를 금지하는 워싱턴 디시의 법을 5 대 4의 결정으로 뒤집었다. 대법관 한 사람의 견해가 미국의 총기 소유에 대한 판례를 바꿨다.

미국이 국외에서 벌이는 ‘영원한 전쟁’은 국내 총기 폭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가진 참전용사들이 생겨났는데, 매일 약 11명, 연간 4000명의 참전용사가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이 1949년 뉴저지 인근에서 13명을 살해한 사건을 비롯해, 참전용사들이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 추정에 따르면 대규모 총격범 3명 중 1명 이상이 미군 훈련을 받았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인들은 뭔가를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총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미국 문화는 비디오 게임과 할리우드 영화부터 사냥, 페인트볼(페인트가 든 탄환을 쏘는 게임)까지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 서부 개척 시대가 지난 지 100년이 넘었어도 ‘와일드 웨스트’ 기풍이 미국에 만연해 있다.

총기 폭력은 미국이 국내외에서 비무장화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첫번째 단계는 미국의 전쟁 중독을 끝내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을 죽이는 것을 관두면 스스로를 죽이는 것도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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