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하의
청개구리
기후변화의 교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떨까?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똑똑하지도, 문명이 그렇게 위대하지도 않다라고. 인간을 자연의 한계와 노동의 굴레로부터 해방시켰다고 하는 그 대단한 내연기관이라는 것이, 실은 뒤로는 배기가스를 엄청나게 뿜어대면서 급기야는 우리 모두의 생존까지 위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치명적인 하자가 있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당시에 몰랐을 뿐.
따지고 보면 환경오염이나 쓰레기 문제도 다 마찬가지이다. 뭔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을 그냥 무시했기에, 뭔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들을 그저 안 보려고 작정했기에 일어난 일들이다. 인간이 스스로를 묘사하는 것처럼 합리적이고, 아름답고, 훌륭한 존재라면 당연히 처음부터 고려해야 했을 사항들이다. 하지만 처음은커녕, 그것이 엄청난 문제가 되고 난 뒤에도 여전히 한참 뒷전이다.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바이오디젤이다. 말 그대로 유기물을 가지고 만든 연료로서 화석연료가 기후변화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게 된 에너지원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옥수수나 대두나 기름야자 등의 식물을 재배해 그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고 하니 땅 파서 뽑아내는 시커먼 석유보다 한결 낫게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대안인지는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애초 기후위기의 심각성 때문에 나온 것이라면 더더욱 더 치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령 팜유의 경우 바이오디젤로 쓰이기 전부터 이미 엄청난 규모의 산림파괴로 악명이 높다. 특히 식물성 기름 하나 얻기 위해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열대우림을 불태워서 농장을 조성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런데 먹기 위한 것이든, 연료를 얻기 위한 것이든 같은 팜유에서 나온다는 간단한 사실이 왜 그리도 쉽게 간과되는 것인가? 팜유의 반생태적 속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한 음식이냐 연료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과연 따져보면 어떤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난다. 유럽연합 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팜유의 경우 생산된 에너지 메가줄당 CO₂ 발생량이 105g이다. 최악의 탄소배출 에너지로 꼽히는 타르샌드(원유가 포함된 모래 또는 사암)가 107g인 걸 고려하면 가히 충격적인 수치다. 한마디로 팜유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 못지않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이것은 팜유가 바로 간접적 토지이용 변화(Indirect Land Use Change·ILUC)의 정도가 매우 높은 물질이기 때문이다. 즉,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기존의 산림이나 습지가 팜유 농장으로 전환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이 원래 감축하려고 했던 양보다 많기에 문제가 악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엘유시에 관한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팜유는 다른 작물에 비해 탄소배출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1990~2015년 동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조성된 팜유 농장의 40~53%가 고탄소저장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유럽연합은 2030년 재생가능에너지 목표에서 팜유를 제외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같은 바이오디젤이라도 탄소배출이 매우 낮은 것이 있다. 바로 2세대 바이오연료로서 땅을 차지하지 않는 비식이성 식물과 동물성 폐기물로부터 추출한 에너지이다. “바이오”(Bio)가 붙었다고 해서 다 괜찮은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자연에의 영향이 극히 적은 것만이 유효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바이오디젤이야말로 가장 철저하게 따지고 검증해야 함이 마땅하다.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