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 권리’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아동이 안전하고 공정한 디지털 환경에 참여하도록 촉진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성인과 같은 선택의지와 경험 없이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속하게 되는 아동에게 디지털 권리는 중요하다. 이 논평은 1989년 유엔 회원국이 동의하고 서명한 ‘아동 권리 협약’의 네가지 일반 원칙을 기본 전제로 한다. 차별금지, 아동 이익의 최우선적 고려, 생명권과 생존권, 자녀 견해에 대한 존중 등이 그것이다. 어른들의 갈등과 이권 다툼으로 표류하고 있는 우리나라 미디어 정책에 무엇보다 필요한 내용이라 20쪽 분량의 논평을 요약해 소개한다.
첫째, 디지털 환경에서 모든 아동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한다. 공공장소와 교육 현장에서 아동에게 무료 및 안전한 디지털 접근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와 가정에 저렴한 이용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아동은 디지털 서비스와 기술 이용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데, 부당하게 수집한 데이터나 자동화 프로세스, 정보 필터링, 프로파일링이 아동에 대한 편향을 만들 수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성, 장애, 사회경제적 배경, 민족적 배경, 언어, 난민 및 이주 등에 의한 차별 방지 및 사전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다. 특히 성 착취 희생자 또는 생존자로서의 아동, 자유를 박탈당한 아동, 취약한 상황인 아동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해야 하며, 개인정보 보호 및 온라인 안전 등 디지털 사용 능력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
둘째, 디지털 환경의 제공과 규제, 설계, 관리는 모든 아동의 최대 이익이 주요 고려 사항이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아동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적용 기준 평가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기 위해 국가·지방자치단체 기관을 참여시켜야 한다.
셋째, 디지털 환경은 아동 발달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동의 생명권, 생존권, 아동 발육에 대한 위험 등에 대해 모든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폭력, 성적인 내용, 사이버 공격과 괴롭힘, 성적 착취와 학대, 도박, 범죄집단과 무장단체의 자살 또는 생명 위협과 선동을 포함한다. 또한 디지털 기기 사용은 유해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디지털이 아동, 부모, 보호자와의 상호작용이라는 실제 인간관계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 아동의 인지적·정서적·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삶의 중요한 초기 몇년 동안 디지털의 신경학적 영향에 대해 부모, 보호자, 교육자는 주의를 기울이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넷째, 아동은 성인과 동등하게 디지털 환경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아동이 견해를 표현하도록 디지털 수단에 대한 훈련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아동 권리와 관련된 입법, 정책, 행정, 서비스, 훈련을 개발할 때에는 당사자인 아동을 협의 과정에 포함하여 그들의 요구와 견해에 상당한 비중을 두어야 한다.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도 아동과 협력하여 그들의 견해를 보장하되, 아동의 사생활 권리 및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감시 또는 데이터 수집을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확대된 일상적인 디지털 미디어 이용은 인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디지털 정책이 규제와 지원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벗어나 이용자 권리 차원에서 검토되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가장 취약한 이용자인 아동의 권리 보장 차원에서 정책 개편이 필요한 때이다.
최선영 ㅣ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