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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닥치고 앞으로~’ 한가한 민주당 / 신승근

등록 2021-04-21 18:17수정 2021-04-22 10:29

l 신승근 정치에디터

4·7 재보궐선거 참패 2주, 어느새 더불어민주당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대단한 복원력이다. ‘2030 반성문’을 진압하고, ‘친문’ 윤호중 의원이 새 원내대표가 됐다. 반성, 성찰, 쇄신은 당 대표 선거용 구호로만 맴돈다. 5·2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은 서로 쇄신의 적임자라 외친다. 전당대회에서 ‘친문 의원’끼리 모여 ‘민주주의4.0’을 만들 때부터 차기 당권 장악설이 나돌던 홍영표 의원을 배제하는 선택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런데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십니까? 이 공포를 이기는 힘은 우리의 투표”라고 외치던 송영길 의원, “이해찬 전 대표가 저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친문 마케팅에 열심인 우원식 의원이 대표가 된들 국민은 민주당이 달라졌다고 생각할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서울 25개구에서 완패했다. 천막당사는 아니라도 그동안 ‘누리던 이들’은 뒷방으로 물러났어야 한다. 초선·재선에게 당을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호소하며 낮은 곳에서 ‘무명의 헌신’을 해야 마땅하다. 국민의힘을 향해 “당이 근본적으로 변하려면 차라리 초선을 당 대표로 뽑는 게 대선을 위해선 효과적”이라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쓴소리는 민주당에도 맞춤한 조언이다. 최소한 난장이라도 벌였어야 한다. 왜 참패했는지, 무엇을 바꿔야 할지, 이견을 봉쇄하고 친문 인사들이 당 대표,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지….

그런데 이른바 민주당 주류는 “친문-비문 분리는 분열의 프레임”이라며 ‘민심-당심 논란’을 촉발했다. 총선 1년 만에 뒤늦은 반성문을 내어 ‘조국 사태’를 비판한 2030 초선 5명을 ‘초선족’ ‘오적’으로 낙인찍었다. 민주당 열성 지지자를 자임한 이들은 문자폭탄과 인신공격으로 다른 목소리를, 꼭꼭 틀어막았다. 108명의 초선이 백화제방을 펼친 ‘108번뇌 쌈박질’에 풍비박산 난 열린우리당을 반면교사 삼아 ‘질서 있는 변화’를 도모한다는 그럴듯한 설명도 이어진다. 그런데 지난 2주, 민주당은 “입 닥치고 앞으로~”에 가깝다.

초선 의원들, 재선 박용진 의원의 지적처럼 ‘조국 사태’는 촛불 정부의 위선과 내로남불을 의심하는 출발점이다. 4·15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엔 ‘로또 당첨’ 같은 것이다. ‘케이(K) 방역’은 빛났다. 하지만 ‘미스터 공안’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야당은 태극기 부대와 구분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표를 줄 수 없다고 결심한 유권자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다. 그런데 지난 1년, 정부·여당은 밑천이 드러났다.

‘추-윤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며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윤석열’을 야권의 구심점으로 부양했다. 국민은 집값 폭등에 신음하는데 야당을 탓했다. 소속 단체장 성추행에 분개하는 국민에게 당헌·당규까지 고쳐가며 맞섰다. 그때 이미 수많은 유권자는 촛불 정부의 무능에 더해 위선과 내로남불을 심판하기로 작심했다고 봐야 한다. 주변의 지인들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경고는 해야겠고 국민의힘을 찍을 수는 없어 기권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당헌은 고정불변이 아니다”라며 재보선 참여를 정당화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발 벗고 뛰는 걸 보고 그런 결심을 굳혔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재보선 참패가 정권 재창출의 보약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친문 후보론’도 계속된다. 야권이 사분오열해 요행히 대선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이라면 또 ‘로또’를 기대해선 안 된다. 경쟁력 있는 친문 주자가 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민심과 다른 당심을 앞세워 자리를 꿰찬들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친문 후보를 인공부양하는 과정에서 되레 분열의 싹을 틔울 우려가 더 크다. 꿈꾸는 건 자유다. 그러나 ‘이재명 공포’를 얘기하며 “그래도 친문 주류가 후보를 정해야 한다”거나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으니 개헌을 입에 올리는 건 멈춰야 한다. 당헌·당규를 고쳐 재보선에 뛰어들 때부터 민주당 주류의 밑바닥에 흐르던 ‘도덕적 우월주의’ ‘개혁 주체는 우리’라는 자기 확신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국민은 그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렇게 쉽게 평안을 찾아선 안 된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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