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태원 ㅣ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씨스피라시>(Seaspiracy)는 우리가 바다를 이용하면서 잘 몰랐던 불편한 진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해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절반 정도가 어업활동 뒤 버려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폐어구와 폐그물 등으로 바다에 버려진 채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고 해서 ‘유령 어구’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령 어구는 바다 생물들에게 치명적인데 자칫하다 바다 생물이 걸리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불구가 되거나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이 버린 빨대에 코가 꿰인 거북에 대해서는 대서특필을 하고 관심을 가지지만, 그보다 수백 배 이상 많은 거북을 괴롭히는 어구와 그물의 심각성을 다룬 기사는 이상하리만치 큰 이슈가 안 된다.
잡고자 하는 종이 아닌 다른 종이 함께 잡히면 이를 ‘혼획’(bycatch)이라고 한다. 대형 해양동물들 중 한 해에 25만여마리의 바다거북을 비롯해 30만여마리의 작은 고래와 돌고래, 30만여마리의 바닷새, 그리고 무려 1억여마리의 상어가 이 혼획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보통 대형 해양동물이 물고기를 많이 잡아먹어서 씨가 마른다고 원망하는 어민들이 있지만 이것은 오해이다. 대형 해양동물은 대부분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아래 먹이망을 구성하는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어 오히려 우리가 이용하는 자원 생물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하는 고마운 존재다.
전세계의 바다거북 7종 중 6종이 멸종위기종이다. 어쩌면 그중 상당수는 다음 세대에 지구상에서 사라져 박물관에 가 박제로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 바다거북이 산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거북선이 뜬금없이 탄생한 것이 아니듯 엄연히 제주도를 중심으로 4종의 바다거북을 관찰할 수 있으며 그중 ‘용왕님의 딸’로 제주도민의 존경을 받는 푸른바다거북은 흔하게 발견된다. 그만큼 어민이 물고기를 잡으려고 쳐놓은 정치망이나 버려진 어구에 걸려 신고되는 일이 잦다. 산 채로 빨리 발견이 되면 살릴 수 있어 다행이지만, 안타깝게 죽은 바다거북은 바다에서 전통 장례를 치르거나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거나 부검 연구를 한다.
필자가 이끄는 인하대학교 해양동물학연구실은 최근 거북이 많이 혼획·좌초되는 것으로 보고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제주도의 두 어촌마을에서 다이빙 연구를 통해 폐어구가 발견되는 빈도와 그 양을 비교조사해 보았다. 혼획·좌초가 많이 되는 마을의 바다에서 어민들이 버린 폐어구가 더 많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의 결과가 나왔다. 두 마을 사이 어업용 폐어구의 빈도는 차이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거북이 많이 좌초되는 마을에서 레저 목적의 낚시꾼들이 버린 낚싯줄과 루어(낚시 미끼)가 훨씬 높은 빈도로 발견되었다. 실제 작년 제주도에서 공동부검연구를 한 바다거북은 모두 배 속에 쓰레기가 차서 죽은 게 아니라 목에 낚싯바늘과 줄이 걸려 죽었다. 바다거북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것은 일반인이 버린 쓰레기나 폐어구보다 레저용 낚시 도구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생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에게 어업활동을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취미나 재미로 물고기를 낚는 활동은 그 수를 줄인다 하더라도 생계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 방송사 낚시프로그램의 인기와 더불어 전국적으로 무분별한 낚시가 횡행하고 있다. 어민들은 최근에 줄어든 어획량의 상당수가 낚시 때문임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낚시로 인한 어획량이 우리나라 전체 어획량의 20%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낚시 인구는 해마다 급증하는데 이를 규제하는 법안은 하나도 없다. 미국·유럽·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낚시를 절대로 아무나 어디서든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우리가 운전면허가 있어야 운전을 하듯이 낚시도 면허가 있어야 할 수 있도록 하는 낚시면허제가 한시바삐 도입되어야 한다. 취미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무심코 한 행동이 우리의 바다를 다시는 쓸 수 없는 폐허로 만든다면 분명 잘못된 일이다. 모든 즐거움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거북하지만 자명한 사실을 이제는 알아차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