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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미 정상회담과 미 대북정책

등록 2021-05-23 16:26수정 2021-05-24 02:38

[세계의 창] 리팅팅 ㅣ중국 베이징대 교수

대북정책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해 외교협상과 단호한 억지의 병행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는 신대북정책 윤곽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실행 조치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대면 정상회담을 계기로 좀 더 자세한 정책 내용이 드러날지에 관심이 높은 이유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과 공동성명에서 북한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새로운 내용은 두가지인 것 같다. 첫째,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계승, 그리고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공동성명에서 표명하였다. 둘째,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을 공석으로 있었던 대북특별대표에 임명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했다. 기존 북-미 및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의지 표명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정통하고 북한도 익숙한 인물을 대북 문제를 담당할 자리에 임명한 것도 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한국 쪽의 적극적인 제언과 조율 노력이 반영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바이든 신대북정책의 모호성이 크게 해소되지 못한 것 같다. ‘정교하고 실용적 접근’의 특징일 수 있지만 매우 복합적이고 서로 상충되는 대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관여와 억지의 병행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 완료 이후 외교와 대화를 더 많이 강조하지만 그 전까지의 행동에서 제재, 핵 포기, 인권 등 억지에 치우친 의제에 방점을 뒀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 역시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제시한 제재 완화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까지 다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선 비핵화 약속을 강조한 다음, “국제사회에 합법국가로 인정받는 건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 자극적일 수 있는 발언을 덧붙였다.

남북 협력의 독자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한-미 간의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하는 것을 이번 공동성명에서 명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한국의 대북 인도 지원을 무산시킨 것처럼, 경우에 따라 후자를 더 엄격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메시지는 한국 정부에도 어려운 과제로 다가갈 수 있겠지만 북한의 대남 협력 의지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말하는 외교에 대해 “적대 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 좋은 간판”이라고 비판했던 북한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외교 강조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의중을 분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대화에 나선다 하더라도 상향식 접근 원칙을 누차 강조한 바이든 정부와의 대화에서 실질적 타결을 이루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고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두고 과거 4번의 행정부가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환상이 없다”는 표현까지 쓴 이유다. 문제는 시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가오는 한국 대선 일정이 북-미 대화 재개에 또 다른 변수를 추가할 수 있다.

지난 4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대북정책 검토 완료 얼마 뒤에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핵 비확산 문제를 중-미 협력 분야로 보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그동안 다수의 미국 전문가가 4자회담 또는 6자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한-미 간의 정책 조율 성과에 이어 중국과의 협력 논의도 더욱 구체화될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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