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고] 이성윤ㅣ미래당 전 공동대표·현 서울시당 대표
대부분의 정당은 선거 때면 청년 공약을 제일 먼저 발표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에서 청년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정치에서 청년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영화 <검사외전>에서 배우 강동원씨가 노래 ‘붐바스틱’에 맞춰 선거 유세현장에서 춤추듯 정치에서 청년들의 스탠스는 딱 그 정도다. 선거 때의 눈요기, 들러리란 것이다.
21대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54.9세로, 가장 고령이었던 20대 국회(55.5세)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올해는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위한 촛불을 든 지 딱 10년이 되는 해지만 여전히 값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다. 20대 여성 자살률 증가폭은 전체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으며, 청년 고독사도 늘고 있다. 이처럼 청년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가는데 이를 해결할 주체는 정치권에서 보이지 않는다. 청년정치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에서 2030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를 넘지만 2030 국회의원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파를 넘어 청년정치인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다. 올 초 청년정의당의 창당과,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그러하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 문제를 체감하고 이해하는 청년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 준비되지 않거나 책임감 없는 청년정치인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로 인해 진짜 유능한 청년정치인들까지 ‘어리다’는 이미지로만 묶여버리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혁신위원장, 최고위원, 비대위원 등 다 해봤다. 다른 후보에 비해 결코 경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경력에도 상응하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그가 보인 지난 10년의 이미지와 태도 때문이지 생물학적 나이 때문이 아니다. 그는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해 한동안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최근 몇년간은 시사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출연하고 있지만, 그가 정치인으로 비친 경력은 극히 드물다. 당에서 어떤 직을 맡았든 대중적으로 부각된 이미지는 논객이었다. 최고위원,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적 책임을 지기보단 논란의 중심에서 자극적인 언어로 진영을 가르고 도발하며 주목받는 ‘프로보커터’에 가까웠다. 최근 그의 언행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일 그는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를 하겠다며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전력의 99.9%라고 생각하기에 소값을 후하게 쳐 드리겠다”고 말했다. 전력과 규모를 떠나 이것이 과연 합당을 논의하려는 당을 향한 올바른 언어일까? 최근 논란이 된 지에스(GS)25 캠핑 포스터에도 그는 “어떤 사상이나 의도가 없었다”라는 디자이너의 해명에도 논란을 확대재생산하는 중심에 섰다. 당 쇄신과 대선을 위해 꾸려진 과거 비대위원 시절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목을 벤 만화를 올려 사과도 했던 걸 상기시킨다. 이번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는 “우리 당이 공천하는 모든 공직선거 후보자에게 최소한의 자격을 요구하겠다”며 표현·독해능력 등을 꼽았다.
당대표가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은 무겁다. 당의 방향과 비전 제시는 물론 당직자와 당원들까지 책임져야 한다. 당직자와 당원들은 대표의 언행에 주목하고, 대표는 다시 언행으로 신뢰를 주어야 한다. 신뢰가 생긴다면 생물학적 나이는 중요치 않다.
보수정당에서 1985년생 청년이 1위 당대표 후보에 오른 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다만 젊다고 혁신의 아이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프로보커터 당대표’로 머물 수도 있다. 그가 혁신과 책임의 자세로 신뢰받는, 그간 없던 보수정당의 청년정치 기수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