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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미 경제협력의 함정

등록 2021-06-06 17:15수정 2021-06-07 02:07

[세계의 창] 존 페퍼 ㅣ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두 나라 군사 동맹 의무에 대한 확인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 결의를 담아냈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진정한 동기는 경제적인 것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침체에서 반등함에 따라 미국과 한국은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각자의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점점 더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시절 이후 더 원활해진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는 확실히 환영받는다. 그러나 긴밀한 협력에는 특히 경제 측면에서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정상회담에서 현대, 삼성, 엘지, 에스케이 등 최고 재벌들은 컴퓨터 칩,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이와 유사한 첨단기술을 제조하는 미국 설비에 2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가로 미국은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은 또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연구개발(R&D)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바이든은 신속한 경제 회복에 힘쓰고 있다. 총 경제 생산량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거의 돌아왔고 미국 경제는 올해 7.5%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1950년대 이후 이런 성장을 겪은 적 없다. 코로나19가 줄어들면서 가게들이 다시 문 열고 소비자들이 돈 쓰기 시작했다.

한국도 상당한 경제 반등을 누리고 있다. 한국은 이미 팬데믹 이전의 경제 생산을 되찾았고 경제학자들은 올해 성장률이 3.4%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의 5월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45.6% 증가해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학자라면 이 모든 게 좋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환경주의자라면 좋은 소식이 아니다. 2020년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해 탄소 배출은 6.4% 감소했으며, 미국에서만 10% 줄었다. 2021년에는 탄소 배출이 급격하게 다시 늘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을 때를 제외하고 올해는 연간 배출량이 사상 최대로 증가할 것이다.

미국에서 팬데믹 이후 경제 성장은 여전히 ​​석탄에 많이 의존할 것이다. 석탄 생산량은 올해 약 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졌던 전력 점유율은 22.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도 석탄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석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탄소 배출 감축을 약속했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석탄 발전소를 계속 수출하고 있고 국내에도 앞으로 몇 년 동안 가동될 시설이 몇 개 있다. 한국의 수출도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수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보다 거의 53% 늘어난 자동차 수출에 힘입었다.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는 전체의 20% 미만이다.

한-미 협력의 또 다른 문제적 측면은 암시적 함의에 있다. 두 나라는 중국 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싶어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미국의 주요 경제 파트너다. 미국은 트럼프 시절 중국과 경제를 탈동조화(디커플링)하려 노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같은 전략 부품의 조달을 다변화하고 국내 생산을 늘리는 등 간접적으로만 그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탈동조화할 의도가 없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많은 것이 상품의 부품이 되어 미국으로 보내진다. 미-중 관계의 긴장은 한국 경제에 필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요컨대 한-미 경제협력은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양국은 제조와 수출이 여전히 ‘더티 에너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를 녹색화하는 데 진정으로 전념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미 모두 중국과의 관계에서 약간의 중단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종류의 경제 변화에 중국을 동참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지 않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한 대담한 새 구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일본이나 군사기지에 대해 창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상력의 진정한 실패는 경제 영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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