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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방송국 의지에 달린 ‘지역방송 시사보도’

등록 2021-06-15 18:18수정 2021-06-16 02:02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돈을 지불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스비에스)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 편을 시청했다. 아이피티브이(IPTV)에 가입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상파 프로그램은 통상 3주가 지나면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놓친 프로그램이 있다 할지라도 돈을 지불하고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아깝지 않았다. 근래 보았던 탐사저널리즘 프로그램 중 가장 흥미로웠고, 유튜브 시대에 지상파의 탐사 저널리즘이 지향해야 할 최대의 성취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만했다.

시사보도 영역은 지상파가 방송의 공적 책무를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특히 지역방송에 관한 한 시사보도 영역은 현실적으로나 당위적 측면에서나 가장 핵심적인 부문이라 단언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자가 지역방송에서 가장 보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이 시사보도 부문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는 물론, 지역방송과 지역성 구현의 관계를 탐구한 다수의 연구에서도 시사보도 부문이 최적의 장르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지역방송의 킬러콘텐츠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최근 지역방송의 현주소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 전국의 6개 지역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지역방송 시사보도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 연구를 위해 포항과 울산을 방문한 것이다. 광주에서 포항과 울산까지는 꽤 먼 길이었는데 수고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연구진이 고려하는 몇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우수 사례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역방송에서 지역의 의제를 일관되고 깊이 있게 수년 동안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뤄온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없었던 것이다.

맞다. 지역방송에서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있다. 패널을 섭외해 구성하는 단순한 토론 프로그램 이외에 지역사회의 현안을 깊이 있게 다루는 정통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찾아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왜냐고? 인력과 예산 부족 등 지역방송의 열악한 제작 여건.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예상 가능한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울산과 포항을 돌아보면서 시사보도 프로그램 폐지의 원인이 제작 여건의 열악함으로만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히려 지역방송 종사자들이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꼽은 것은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였다. 사장이나 보도국장과 같은 책임자들이 지역방송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의지가 충분하다면 어떻게든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유지된다는 것이다. 또 회사 차원의 의지는 뉴스룸 내부의 조직 문화에 영향을 미쳐 종사자들의 제작 태도나 관행도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여러 요인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겠지만 시사보도 부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회사 차원의 의지라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사회 차원의 역량과 지원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깊이 있는 취재에 필요한 취재원의 확보에서부터 자문단의 구성이나 시민단체의 역할 등 지역사회의 협력과 감시도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시사보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의 방송 정책도 좀 더 세심하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뒷짐 지고 지역방송만 다그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득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떠올랐다. 지역방송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키우기 위해서도 온 마을이 필요해 보였다.

한선 ㅣ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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