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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열세 자릿수끼리의 곱셈을 암산으로 풀다

등록 2021-06-17 16:33수정 2021-06-18 02:36

[나는 역사다] 인도 수학자 샤쿤탈라 데비(1929~2013)
인도 수학자 샤쿤탈라 데비(1929~2013)
인도 수학자 샤쿤탈라 데비(1929~2013)

어릴 때부터 수에 밝았다. 마술사였던 아버지는 딸의 재능을 보고 깜짝 놀라 서커스단을 나와 그의 매니저가 되었다. 두 사람은 인도 곳곳을 다니며 ‘암산 공연'을 했다.

나중에는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을 찾아가 계산 능력을 뽐냈다. ‘인간 컴퓨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가장 유명한 기록은 1980년 6월18일에 런던 사람들 앞에서 보인 속셈이다. “7조6863억6977만4870과 2조4650억9974만5799를 곱하면?” 열세 자릿수끼리의 곱셈을 암산으로 풀었다. “답은 18자9476해6817경7995조4264억6277만3730입니다.” 답이 맞을까? 나는 봐도 모른다(숫자를 옮겨 적는 일만도 힘들다). 계산에 걸린 시간은 28초. 이 기록은 훗날 기네스북에 오른다.

비슷한 이야기를 여럿 남겼다. 1977년에는 미국에 가서 201자리 숫자의 스물세제곱근을 50초 만에 풀었는데, 정답인지 아닌지 확인해줄 사람이 없어서 당시 대형 컴퓨터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 넣고서야 이 계산을 해보았다는 일화가 있다. 문제를 푸는 시간보다 답을 확인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 셈이다.

책도 여러 권 썼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책을 인도 최초로 저술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사연이 있다. 결혼 후 데비는 자기 남편이 게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지만 데비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대신 “동성애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책을 썼다. 어린이 소설인 <랄리타의 판타지 숫자 여행>을 나는 도서관에서 읽었다. 수학을 못 해 스트레스를 받던 랄리타가 사고를 당한 후 숫자들이 살아 있는 사람처럼 돌아다니는 환상을 보며 숫자와 친해진다는 이야기다. 소설로서도 아주 재미있는데, 아직 소개되지 않은 그의 다른 책들도 궁금하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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