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밀양 할머니
박복순(83) 할머니는 밀양 송전탑 건설 지역의 마을에 살고 있다. 할머니는 건설 반대 집회에 나가서 남들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 허리는 끊어질 것처럼 아파 복대를 하지 않고선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다. 무릎은 뼈를 깎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고 열 손가락 모든 마디는 관절염으로 퉁퉁 부어 고통이 심해서 밥 짓기도 힘에 겹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엔 산골짝의 해는 서산에 일찍 모습을 감춘다. 집 근처 밭에 심어놓은 팥을 거두기 위해 기어서 나오듯 밭에 나오신 할머니가 초고압 송전탑이 들어설 마을 앞산 자락을 바라보며 힘겹게 내뱉는다. “송전탑이 오기 전에 죽어야 하는데”라며 한 맺힌 깊고 깊은 한숨 소리는 석양의 붉은 해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한전과 국가는 이처럼 힘들고 지친 할머니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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