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벼락
한 줄기 섬광이 하늘 한복판을 가르면 숨죽여 기다린다. 어김없이 ‘빠지직’하며 세상 저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릴 적 “죄지으면 벼락 맞는다”는 할머니 말을 들은 뒤로, 의자 밑에 숨긴 성적표를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이제는 숱한 잘못을 저질렀건만 벼락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피뢰침에 대한 얕은 지식보다 무뎌진 감성 탓일 게다. 선거만 끝나면 곧 민심을 잊는 정치인도 이럴까?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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