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일본 나고야의 공공 전시장인 ‘시민갤러리 사카에'에서 열린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평화의 소녀상 옆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고 있다. 전시회는 사흘 만에 폭죽이 든 우편물이 배달되면서 중단됐다. 나고야/연합뉴스
일본 오사카 지방법원이 9일,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를 시민 안전을 이유로 불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전날 나고야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강제 중단된 데 이어 오사카 전시회 또한 무산될 듯싶었는데, 법원 결정으로 전시회가 열릴 수 있게 된 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 일본 법원 결정을 환영하며, 다시는 폭력에 의해 소녀상 전시가 중단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언론 보도를 보면, 재판부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회를 취소한 데 대해 “(시설관리인 쪽이) 시설 이용을 거부하는 건 경찰 경비 등을 통해서도 혼란을 막을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며 예정대로 전시회를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시민 안전을 명분으로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매우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하고 적절한 결정이라고 본다. 우익의 협박에 번번이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됐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 결정이 평화와 연대를 위해선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일본 사회에 남기길 기대한다.
일제의 뼈아픈 역사를 덮으려 전시회마저 협박하는 일본 우익의 폭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9년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표현의 부자유전’이 개최됐을 때도 우익의 항의와 테러 위협으로 3일 만에 전시를 중단했다. 2년 만에 나고야에서 같은 전시회를 열었지만, 이번엔 폭죽이 든 우편물이 배달되어 8일 시 당국이 ‘안전상 이유’로 또다시 전시를 중단했다. 도쿄에선 아예 전시 시설을 구하지 못했다는데, 그나마 오사카에서 전시회를 열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다.
전시 중단의 직접 원인은 일본 우익의 협박과 폭력이다. 그러나 이를 핑계로 전시 중단을 수수방관하거나 부추기는 일본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에 훨씬 큰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사카 법원 결정에 대해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전시) 시설 내에는 보육 시설도 있다. 안전한 시설 관리, 운영 관점에서 이용 승인을 취소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게 어디 오사카 당국만의 생각이겠는가. 일본 정부 역시 과거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기 위해 우익의 협박에 강력하게 맞서지 않는 게 지금 일본의 현실일 것이다. 법원 결정을 일본 사회 전체가 평화의 소녀상 전시의 의미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