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된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관계자가 모니터 앞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16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보다 440원(5.1%) 오른 금액이다. 애초 근로자위원들은 23.9% 인상을, 사용자위원들은 동결을 주장했다. 결국 최저임금 고시 법정시한(8월5일)을 역산한 마지노선인 13일 자정을 앞두고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이 표결로 처리됐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임기 5년의 평균 인상률(7.3%)도 확정됐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평균 인상률(7.4%)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공익위원들은 내년에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회복되는 상황을 예측해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5.1% 인상이 그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경기 회복 국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까지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이번에도 노사 대표들이 절충과 타협의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의 사회적 적정선을 찾으려는 노력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은 각각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소상공인의 열악한 현실을 내세웠다. 그러나 소상공인의 처지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타당했는지 의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에게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2019년 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이 꼽은 수익성 악화 요인을 보면, 최저임금은 임차료, 높은 대출이자나 카드수수료 같은 금융비용, 과당경쟁 등보다 후순위였다. 이런 요인들을 외면한 채 최저임금 인상률만 놓고 다툰다면 최저임금위는 ‘을과 을의 대결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소상공인을 실질적으로 대변하지 못하는 노사 대표 구성부터 당사자성을 크게 높이는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공익위원들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방식으로 선출한다면, 양쪽의 이해를 조정하며 공동이익을 찾아가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5년은 롤러코스터나 다름없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2년 동안 16.4%, 10.9%를 인상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이후 2년은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2.85%, 1.5%로 추락하더니 마지막 해에 소폭 회복했다. 최저임금 문제에 너무 단순하게 접근했던 탓이 크다.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다음 정부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돕는 것이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