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왼쪽 넷째)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의에서 위원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서로 자신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뒤를 잇는 ‘적자’라고 주장하는 ‘적통 논쟁’이 급기야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행적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민생 대책과 미래 비전을 두고 경쟁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집권여당 대선 후보들이 17년 전 일까지 들춰가며 날 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우려된다.
최근 이낙연 후보의 재부상으로 ‘1강’ 지위를 위협받게 된 이재명 후보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4년 노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사진들을 보니 (이낙연 후보가) 표결을 강행하려고 물리력 행사까지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에는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니 납득이 잘 안 된다”고 했다. 탄핵안 표결 때 이낙연 후보가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이낙연 후보는 당시 한나라당과 함께 탄핵안 가결을 주도했던 민주당 소속이었다. 줄곧 이낙연 후보와 보조를 맞춰 이재명 후보를 견제해온 정세균 후보도 이번엔 이낙연 후보를 겨냥한 ‘탄핵 공세’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이낙연 후보는 (탄핵 저지에 앞장섰던 나와는) 다른 정당에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과 시비를 싸잡아서 ‘퇴행적’이라 비판하긴 어렵다. 민주당 스스로 ‘민주화’라는 가치와 전통을 중시해온 정당인 만큼 대선 후보의 과거 이력과 행적이 이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지금의 공방이 격화된 배경을 짚어보면, 그 의도가 순수한 검증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공방 자체가 당 주류인 ‘친문’ 당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려고 상대 후보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공방이 계속된다면 누가 후보로 결정돼도 민주당이 장담해온 ‘원팀 에너지’의 결집이 어려워질 수 있다. 마침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당내 경선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다음주에 후보들 간에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는 ‘신사협약식’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21일 “후보들의 경쟁이 일탈의 강도를 벗어나고 당 단합을 깨뜨릴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 4차 유행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후보들 스스로 네거티브 공방을 자제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