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월호 기억공간’ 갈등, 서울시 대안 찾는 노력 더 해야

등록 2021-07-26 19:14수정 2021-07-27 02:10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예고한 26일 오전,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이 철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예고한 26일 오전,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이 철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의 처리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세월호 가족 및 연대단체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급기야 서울시가 26일 철거를 시도하면서 긴장이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사상 최악의 사회적 참사와 관련된 상징적 공간을 재개발 사업에서도 보기 어려운 강제철거 방식으로 처리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건 매우 나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가 시민사회와 거버넌스를 구성해 바람직한 대안을 찾기 바란다.

서울시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애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던 2019년까지만 운영하기로 했으나 착공이 지연되면서 연장 운영했을 뿐이며, 공사 진척에 따라 더는 철거를 미룰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가족과 단체들은 공사가 끝나면 광장 안에 기억공간을 다시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열린 광장’이자 ‘보행 광장’으로 조성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또한 기억공간을 광화문광장이 아닌 제3의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마저 거부하고 있다.

서울시의 입장에도 수긍할 대목이 적지 않다. 애초 기억공간 설치 때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완공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면 지금 공간을 그대로 복원하라는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느 시설물과는 다른 기억공간만의 고유한 의미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희생자 가족뿐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이 곡기를 끊어가며 끈질기게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했던 곳이다.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한 사회가 돼야 한다는 열망을 대변하는 장소로서의 상징적 의미가 더할 수 없이 크다.

최근 김훈 작가 등 시민사회 인사들이 오세훈 시장에게 편지를 보낸 데 이어,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도부가 현장을 찾아 기억공간 존치를 위한 협의를 촉구했다. 열린 광장과 보행 광장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회적 기억과 의지가 담긴 조형물을 설치한 외국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시는 27일 오전까지 철거를 유예하겠다고 밝혔으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대안을 찾으려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안전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의지를 새로 태어나는 광화문광장에 영구히 담겠다는 자세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해가길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