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증가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NH농협은행이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 등을 중단하기로 했다. 20일 오후 서울 시내 NH농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일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갑자기 중단하면서 실수요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NH농협은행이 24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을 11월 말까지 중단한다고 19일 발표했다. 대출 중단을 불과 닷새 앞두고 발표한 것이다.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20일 주택담보대출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들 은행이 대출 중단·축소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 따른 것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인 6%를 초과했다. 금융당국은 이들 은행은 특별 관리가 필요하지만, 대출 증가율이 가이드라인 안에 있는 케이비(KB)·신한·하나은행은 대출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라고 요구했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코로나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렸고 정부는 금융권을 독려해 기업과 가계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710조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의 1505조원보다 13.6% 증가했다. 이렇게 풀린 자금이 위기 대응에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상당수 자금이 엉뚱하게도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 집값 폭등의 원인이 됐다. 계속 방치했다가는 경제 위기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 자산가격의 거품을 제거하고 대출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처럼 예고 없이 갑자기 대출을 중단하는 건 너무 거친 방식이다. 실수요자나 취약계층이 선의의 피해를 떠안게 된다. 실제로 이들 은행에는 대출을 받아 전세금이나 아파트 잔금을 낼 계획을 갖고 있던 이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당장 생활자금 대출이 절실한 취약계층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들이 은행에서 급한 돈을 구하지 못한다면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계부채의 위험을 경고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으나, 현장에서 실제 시행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정책은 방향 못지않게 시장에 연착륙시키는 게 중요하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의 피해가 없도록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은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금리 인상 의사를 점점 강하게 밝혀온 점에 비춰볼 때, 이번이나 늦어도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 또한 불가피한 일이지만 충격을 줄일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강력한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게 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어줄 서민 금융정책을 확대·보강해야 한다. 이들을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