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는 개선안을 낸 민관군 합동위원회 활동 내용을 왜곡해 국회에 보고했다. 지난 6월28일 민관군 합동위원회 출범식 모습. 국방부 누리집
국회가 군사법원법 개정안 심의에 착수한 가운데, 성범죄 근절 등 병영문화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는 민관군 합동위원회(합동위)가 마치 ‘평시 군사법원의 존치’를 주장한 것처럼 국방부가 합동위의 활동 내용을 왜곡해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위에서 군 사법개혁을 담당하는 4분과위원회는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는 개선안을 냈다. 잇따른 성범죄 발생으로 환골탈태해도 모자랄 국방부가 개혁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니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
지난 5월 성추행 피해 공군 중사 사망사건 이후 서욱 국방부 장관이 거듭 ‘대국민 사과’를 하는 동안에도 군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지난 12일 성추행 피해 해군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육군에선 직속상관의 교제 요구를 거부한 부사관이 보복과 협박 등 ‘2차 가해’의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글이 지난 20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런 마당에 국방부가 합동위의 활동 내용을 왜곡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국방부가 뼈저린 반성은커녕 여전히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합동위의 김종대 4분과위원장이 23일 입장문을 내어 “국방부의 국회 보고 자료는 마치 분과위가 군사법원 존치를 주장하는 것으로 활동 취지를 상당히 곡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4분과위는 지난 18일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는 개선안을 의결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지난 20일 국회 보고 자료에서 “4분과에서 평시 군사법원 폐지 시 우려 사항을 검토하고 국방부 입장 수렴 등 다양한 의견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국방부는 군사법체계 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모든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국방부와 국회에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가 23일부터 군사법원법 개정안 심사에 들어갔다. 군사경찰과 군검찰, 군법원 등이 지휘관의 영향 아래 있어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1심 재판을 맡는 보통군사법원 사건을 보면 90% 안팎이 일반 형사 범죄이고 군사기밀 누설이나 군무 이탈 등 군 관련 범죄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군 사법체계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이뤄졌다고 본다. 국회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포함해 군 사법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