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의힘 의원 12명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에 대한 처분 문제 등을 논의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에서 부동산 위법 거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 가운데 6명에 대해 별도의 징계 처분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의원 본인의 문제가 아니거나 소명이 충분했다는 이유다. 징계를 받은 의원은 ‘제명’ 조처된 비례대표 한무경 의원과 ‘탈당 요구’ 처분을 받은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 6명뿐이다. 민주당이 지난 6월 권익위 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 전원에게 “혐의를 벗고 돌아오라”며 제명과 탈당 권유 처분을 내린 것에 훨씬 못 미친다.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준석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 직후 브리핑에서 “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의 경우 토지의 취득 경위가 소명됐고 이미 매각됐거나 즉각 처분 의사를 밝혔다”며 ‘무혐의’ 처분 사유를 밝혔다. 안병길·윤희숙·송석준 의원에 대해선 “해당 부동산이 본인 소유도 아니고 본인이 행위에 개입한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부동산 거래는 국가기관인 권익위가 현지 조사와 본인 소명 절차까지 밟고도 실체 규명이 어렵다고 판단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에 수사를 의뢰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 몇 사람이 7시간 동안 당사자들의 소명만 듣고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졸속 셀프 조사와 판결을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국민의힘이 지난 6월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제명·탈당 권유 처분을 두고 ‘솜방망이 징계’라고 비판했던 사실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이준석 대표도 “민주당 기준보다 더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물론 권익위 조사 결과만으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최종 결론은 합수본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렇다면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을 일단 제명하거나 탈당시킨 뒤 수사기관에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철회하는 게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다.
권익위가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의뢰한 김의겸 의원에 대해 “별도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한 열린민주당의 태도 역시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2개월 전 권익위 전수조사에 소극적인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조사를 자청한 바 있다. 김 의원과 열린민주당도 겸허한 자세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게 마땅하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의 ‘내로남불’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민주당은 6월 권익위가 통보한 12명 모두에게 제명과 탈당 권유 조처를 내렸지만, 탈당을 거부한 5명에 대해 2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후속 조처가 없다. 민주당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국민의힘의 ‘솜방망이 징계’에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여야는 입만 열면 ‘개혁’과 ‘기득권 타파’를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의 환부는 도려내지 못하는 이중적 행태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혐오를 키우고 반정치주의 세력의 득세를 부른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