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인 현업 단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강행 처리를 예고한 30일이 됐다. 지난 25일 본회의가 연기된 뒤 나흘이 지난 29일까지도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민주당은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한 밀어붙이기를 멈추고, 지금이라도 언론개혁의 취지를 온전히 살릴 수 있도록 집단지성을 모아야 한다. 민주당이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성과로 여긴다면, 이를 진정한 개혁의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전략이 적실한 때다.
30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한 상태고, 민주당은 전원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법안 처리가 안 되더라도 오는 1일 정기국회에서 첫번째 안건으로 올려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원위에서 법안 일부 조항을 수정하더라도 국민의힘은커녕 언론개혁운동 쪽의 동의와 공감도 얻을 수 없다. 이런 식의 강행 처리가 입법 취지마저 지워버리게 될 것이다.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거라 본다.
민주당 안에서는 언론개혁운동 쪽의 반대를 ‘무지에서 오는 기우’쯤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다고 한다. 송영길 대표가 ‘국경없는기자회’의 비판에 “뭣도 모르니까 우리나라 언론단체가 쓴 걸 인용한다”고 반응한 것이 상징적이다. 언론의 폐해를 앞세우며 입법을 강행해 언론을 장악하려던 과거 권력의 행태를 숱하게 봐온 언론운동 원로들은 “뭣도 모르니까”라는 송 대표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싶을 것이다.
언론에 대한 규제는 누구도 악용할 수 없어야 취지도, 효과도 살릴 수 있다. 아무리 신중하게 접근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당 내 강경세력은 언론개혁운동 쪽과 정의당 등의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 요구에도 ‘발목 잡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의로 해석해도 ‘지금이 아니면 언론개혁 입법이 물 건너간다’는 조급함만 도드라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민사회의 언론개혁 입법 요구에 내내 무관심했던 게 누군지 새삼 묻게 된다.
오늘날 언론이 보여주는 폐단은 뿌리부터 난마처럼 얽힌 수많은 문제에서 비롯된다. 구조적 접근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대증요법만으로 언론개혁은 불가능할뿐더러, 자칫 문제만 훨씬 복잡하게 키울 수 있다. 언론에 의한 피해를 막으면서 모두를 위한 언론자유도 신장하기 위해 지금은 큰 밑그림부터 그려야 할 때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는 이를 위한 기회를 민주당 스스로 걷어차는 일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