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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기요금 8년만의 인상, ‘연료비 연동제’ 안착시켜야

등록 2021-09-23 19:03수정 2021-09-24 02:32

한국전력이 10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3원 인상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10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3원 인상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3분기보다 킬로와트시(㎾h)당 3원 인상한다고 23일 발표했다. 2013년 11월 이후 8년 만의 첫 인상이다. 주택용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350㎾h) 기준 월 최대 1050원이 오르는 등 가계 부담이 늘어난다. 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물가에도 부담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인상 요인이 있는데도 지나치게 억누르면 한꺼번에 급등할 수 있으므로 원가 변동분을 늦지 않게 요금에 반영하는 게 옳다.

정부는 지난해 말 액화천연가스(LNG)·석탄·유류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올해 1분기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원가 변동분을 요금에 반영해 소비자에게 가격 신호를 보냄으로써 합리적인 전기 소비를 유도하고, 기후·환경 비용을 분리 고지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다만 분기별 요금을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할 수 있도록 상한선을 뒀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 ㎾h당 3원 인하한 이후 2~3분기에는 연료비가 급등하는데도 정부가 ‘유보 권한’을 발동해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코로나19 상황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민생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지만,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놓고도 시작부터 유명무실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이번 결정은 연료비 연동제를 정상화하는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기요금은 서민들의 생활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렇다고 연료비가 급등해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 한전의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한전의 올 상반기 영업적자가 약 2조원으로 불어난 것도 이런 이유 탓이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계속 방치하면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재생에너지 관련 시설투자를 지연시켜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탈원전 청구서’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원전 설비와 발전량에서 ‘탈원전’이라고 할 만한 감축이 없었기 때문에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연료비 연동제는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게 합리적인 전기 소비 유도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안착시키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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