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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여정 “종전선언은 좋은 발상”, 실질적 협상으로 이어져야

등록 2021-09-24 18:40수정 2021-09-24 18:47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공군 1호기를 타고 귀국하면서 동행한 기자들에게 종전선언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공군 1호기를 타고 귀국하면서 동행한 기자들에게 종전선언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내놓은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좋은 발상”이라며 ‘적대시 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남북 대화 재개의 뜻을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반도(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밝혔다. ”얼마든지 북남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적대시 정책과 불공평한 이중기준(이중잣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는 조건을 함께 내걸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와이티엔>(YTN)에 출연해 “지금 분석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대응이나 정부 입장을 말하기는 너무 빠르다”면서도 “굉장히 의미 있고 무게 있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1953년 정전협정으로 ‘중단’된 상태인 6·25 전쟁을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당사국들이 끝낸다고 선포해 종지부를 찍자는 ‘정치적 선언’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동력을 잃은 종전선언을 문 대통령이 이번 유엔 총회에서 다시 제안하고 북한이 조건부로 호응하면서 남북, 북-미 협상 재개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문 대통령은 23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공군 1호기 안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관련국들이 소극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 제기하는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 연계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면서,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한 평화협상과 비핵화 협상의 ‘투트랙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도 종전선언에 대해 원칙적 지지 의사를 밝혔고 한반도 긴장 고조를 막을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기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는 대북 정책 원칙을 재확인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재개를 원하고 있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도 한반도에서 ‘중국 역할론’을 활용하려고 한다. 미-중 전략 경쟁은 치열하지만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서는 교집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가 제안한 인도적 지원에는 응답하지 않으면서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진정으로 제재 문제를 풀기 원한다면 우선 핵 활동 재개 움직임을 멈추고 조건 없이 대화와 외교의 길로 나와야 한다. 정부는 ‘임기 내 종전선언’에 얽매이지 말고, 국제정세를 냉철하게 판단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외교를 추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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