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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적대시 정책 철회”하라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감

등록 2021-09-28 18:29수정 2021-09-29 02:33

지난 15일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15일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을 언급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내놓은 지 사흘 만에 28일 새벽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최근 김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남북 대화의 뜻을 밝히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무기 시험을 도발로 규정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번 미사일 발사로 한국 정부를 향해 ‘상호존중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북의 미사일 발사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한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해선 신중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종합적이며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규탄 입장을 밝힌 것과는 미묘한 온도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면서 어렵사리 마련한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가려는 고심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남측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무력 시위를 벌이는 것은 유감스럽다. 한국 내 여론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게다가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비슷한 시각에 김성 유엔 주재 대사의 연설을 통해, “한·미 합동 군사연습과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화를 향해 나아가려는 기싸움의 단계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요구는 과도하다.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미의 상응조처에 대한 남북, 북-미의 인식차가 큰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을 좁혀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북한은 무리한 대화의 전제 조건을 내세워 벽을 만들지 말고, 비핵화의 진정성도 함께 보여주면서 우선 대화에 나와 제재 완화를 비롯해 요구 사항을 내놓고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미는 28일 북핵 수석대표 간 전화 통화에 이어 30일 대면 협의를 할 예정인데, 대화 재개를 위한 실질적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대화는 국제 정세를 고려한 복합적인 외교와 국내 여론의 지지 속에서만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의 원칙은 중요하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임기 내 종전선언과 비핵화 달성 가능성에 대해 여론의 의구심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깊이 고려해 차분하고 신중하게 외교를 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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