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초과 세수분을 납부 유예하는 방식으로 내년 세입을 늘려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올해 연말까지 국민이 내야 할 세금 10조원 이상을 특정 목적을 위해 내년으로 미루는 것은 유례가 없는 방식으로 국가재정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또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것을 의식해 이름을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으로 바꾼 것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한 이재명 후보를 돕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인데, 방법이 상식 밖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일상 회복과 개인 방역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 지원금의 지급을 추진하겠다”며 “(재원은) 초과 세수분을 납부 유예해서 내년 세입을 늘려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일상 회복의 길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방역물품 구입비, 마스크와 소득제 등의 구입을 지원하는 문자 그대로의 방역을 위한 지원금”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초과 세수 10조∼15조원으로 전국민에게 20만∼25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반대가 많더라도 여당 대선 후보와 지도부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절차와 방식이 당당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먼저 국민들에게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더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뒤 국회의 내년 예산 심사 과정에서 반영하는 게 정도다. 예산 반영이 어렵다면 정식으로 내년 초에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
재난지원금이라는 별도 세목을 만들기 위해 올해 납부해야 할 세금을 내년으로 이연시키겠다는 것은 현행 법을 무시하는 처사다. 현행 국가재정법 90조는 세계잉여금(연말까지 쓰고 남은 세금)이 발생할 경우 의무적으로 국채 상환,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에 사용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국가재정법은 투명한 재정 운용과 건전 재정의 기틀을 확립하고자 2006년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을 따를 경우 올해 초과 세수가 10조원 발생해도 재난지원금에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은 2조~3조원에 불과해 민주당이 ‘꼼수’를 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같은 재해나 위기 상황에서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해주는 납부유예도 이렇게 쓰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해서 이재명 후보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국가 재정 운영의 근간을 허무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은 소탐대실을 부를 것이 뻔한 무리수를 중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