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발 경제 충격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실직자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12조7천억원 규모의 ‘민생경제 지원 대책’을 23일 발표했다. 재원은 올해 초과세수 19조원에서 5조3천억원, 기정예산에서 7조4천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초과세수의 활용 방안을 놓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이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했는데 취약계층 지원에 중점을 둔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지원 규모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지원 방법도 저리 대출 방식의 금융 지원이 대부분이어서 대상자들이 지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19조원으로 추산되는 초과세수의 일부를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과 방안을 총동원해 코로나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19조원 가운데 40%가량은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으로 떼줘야 하는 만큼 이를 제외한 11조~12조원을 기초 재원으로 삼았는데, 그 가운데 5조3천억원을 자영업자 지원 등에 쓰겠다는 것이다. 2조5천억원은 국채 발행 축소에 쓰고 나머지는 결산 뒤 세계잉여금으로 넘기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하면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원 대책을 세부적으로 보면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업종 지원에 3조5천억원, 이달 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구직급여 확대 등 고용 취약계층 지원에 1조4천억원, 채소류 계약재배 자금 지원 확대 등 농축산물 물가 안정에 4천억원, 육아휴직 등 돌봄 지원과 보건소 코로나 대응 인력 지원에 1천억원을 쓴다. 이와 별개로 내수 진작을 위해 올해 말로 종료 예정인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처를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자영업자 지원에는 집합 금지 및 영업시간 제한 업종의 3분기 손실보상에 1조4천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2차 추경에서 마련한 1조원에 더하는 것으로, 추가 지원이라기보다는 부족한 재원의 확충에 가깝다.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업종에는 저리 특별융자, 긴급 대출, 금리 인하 등으로 8조9천억원의 금융 지원을 한다. 94만곳의 업체에 두달치 전기료와 산재보험료를 깎아 업체당 20만원 한도로 지원하고, 종합소득세 중간예납 납부기한 추가 3개월 연장에 4천억원을 쓴다. 지원 대상은 크게 확대했는데, 지원 규모는 두텁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비중이 큰 금융 지원은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에서 지원 체감도가 떨어질 것이다.
이번 민생경제 지원 대책은 정부의 세수 추계 오류로 대규모 초과세수가 발생하게 돼 재원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 단계인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어렵고, 결국 행정부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수단과 방안으로 지원안을 짤 수밖에 없었다. 그런 한계를 고려한다면 규모라도 크게 늘려야 지원 대상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텐데, 기재부가 여전히 ‘재정 건전성’ 수치에 너무 매달리고 있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