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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두환 경제는 성과” 이재명, 지향하는 가치가 뭔가

등록 2021-12-12 18:05수정 2021-12-12 21:0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삼저 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라고 말했다. 물론 이 후보가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중대범죄”라는 전제들 달았지만, 그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전두환의 경제 성과는 인정한다’는 메시지만 남겼다. 경북 칠곡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경북(TK) 지역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의식한 ‘정무적 발언’으로 보이지만,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후보는 논란이 일자 12일 “ 있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며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을 “흑백논리·진영논리”라고 주장했다. 또 “ 굳이 모든 게 100% 다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 예를 들면 그 중 하나가 삼 저 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쨌든 나름 능력 있는 관료를 선별해 거기다 맡긴 덕분에 어쨌든 경제가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12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학살자의 공과를 굳이 재평가하려는 것은 선거 전략일 수도 없다”며 “전두환을 광주시민과 국민의 무거운 심판 아래에 그냥 둬라. 결코 빛을 비추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두환은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의 군대를 동원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고, 이에 저항하는 국민들을 무참하게 살상했다. 그런 전두환을 놓고 공과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또 이른바 ‘전두환의 경제 성과’도 허상에 가깝다. 이 후보는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한 건 성과”라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도 말했듯이 전두환의 경제 성과라는 게 삼저(저유가·저금리·저달러)라는 대외 여건에 힘입은 바 크고, 국내적으로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 정권은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이 후보 본인도 개발독재 시절 소년공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산업재해까지 겪지 않았는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도 전두환 정권 때부터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0월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며 전두환을 미화했을 때, 이 후보는 “살인·강도도 살인·강도를 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무슨 말씀을 더 드리겠는가”라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이 후보는 “(자신의 발언 중) 일부만 똑 떼서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윤 후보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이 후보가 최근 ‘강성’ 이미지를 벗기 위해 ‘실용’을 앞세운 ‘중도 확장’ 전략을 펴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다만 어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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