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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변별력 집착’이 부른 수능 오류, ‘입시 개혁’ 성찰 계기로

등록 2021-12-15 18:02수정 2021-12-16 02:02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소송 결과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법원이 평가원 패소 판결을 내리자 강 원장은 이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연합뉴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소송 결과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법원이 평가원 패소 판결을 내리자 강 원장은 이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연합뉴스

출제 오류 논란이 일었던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에 대해 법원이 15일 ‘전원 정답’ 처리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많은 수험생의 이의 제기에도 특정 정답을 고집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할 말이 없어졌다. 강태중 원장은 이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데다 면피에 급급한 사후 대처로 혼란을 키운 교육당국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아울러 고난도 ‘킬러 문항’으로 변별력을 높이려는 수능 출제 경향과 그 배경이 되는 대학 서열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생명과학Ⅱ 과목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문제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며 “문제의 정답을 (평가원이 밝힌) 5번으로 선택한 수험생들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 사이에 유의미한 수학 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판단으로 초기 대응을 그르쳤다. 이의가 제기된 뒤 출제 오류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평가원 간부가 소속된 학회에 자문을 하는 등 공정성 논란도 일으켰다. 애초에 오류를 신속히 인정하고 대처했더라면 입시 일정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출제 오류는 이른바 상위권 수험생들 간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난도 문제를 내는 출제 경향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논란이 된 문제는 세계적 학자조차 “이런 어려운 문제가 고등학생들의 시험에 출제돼야만 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평가할 정도다. 수학 능력 평가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일부러 ‘못 맞힐 문제’를 내 변별력을 높이는 ‘줄세우기식 수능’의 예견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탄식에서 엿보이듯 다른 과목에서도 이런 경향은 강화됐다. 이런 수능에서 한두 문제 차이로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가지 못해 절망해야 하는 부조리를 언제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자문할 때가 됐다.

이제 남은 입시 절차의 원활한 진행과 이의신청 심의제도 개선 등 재발 방지 대책에 지혜를 모으는 것과 함께, 과도한 입시 경쟁과 그 원인인 대학 서열화 등 본질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대선 후보들도 이를 주요 의제로 삼아 대안 제시와 토론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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