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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뭘 사과한다는 건지 알 수 없는 김건희 ‘겉핥기 사과’

등록 2021-12-26 18:34수정 2021-12-26 18:37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26일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일부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씨는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김씨가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한 건 지난 14일 <와이티엔>(YTN)의 첫 관련 보도가 나온 지 12일 만이다. 그사이 김씨는 지난 15일 취재진 질문에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사과드린다”고 간접 사과했을 뿐이다. 사실관계 소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요구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뒤늦게 나온 이날 사과도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대로 된 사과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김씨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울먹였다. 그러나 국민이 기대한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 소명과 자신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쏙 빼놓았다. 김씨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15년에 걸쳐 최소 5개 대학에 허위로 작성한 이력서를 제출해 강사와 겸임교수로 채용됐다는 내용이다. 그 자체로 심각한 도덕적 일탈일 뿐 아니라 몇몇 의혹에는 ‘사문서 위조’와 ‘사기’ 등의 범죄 혐의까지 제기된다. 이에 대한 소명은 전혀 없이 “잘 보이려고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는 두루뭉술한 말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김씨 본인 대신 국민의힘이 ‘의혹에 대해 설명드린다’며 내놓은 자료도 대부분의 사안을 ‘부정확한 표기’라고 얼버무리고 있다. ‘법적 책임’ 논란이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선 교묘하게 피해가려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사문서 위조 또는 허위 작성’ 등 범죄 혐의가 제기된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 발급에 대해 국민의힘은 “비상근직이 법인 인감을 도용하거나 위조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의혹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이런 말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6개월짜리 최고위 과정에 딸린 닷새 일정의 방문 프로그램을 ‘뉴욕대 연수’로 연속해 기재한 데 대해서도 ‘송구하다’는 표현조차 없이 ‘이력서에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뻔뻔한 태도다. 김씨와 국민의힘은 이런 식의 책임 회피 의도가 뻔히 읽히는 사과로는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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