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 남용 막을 제도 개선이 우선이다

등록 2021-12-29 19:13수정 2021-12-29 22:28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안에 있는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한겨레> 자료사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안에 있는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한겨레> 자료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과 정치인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 ‘사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을 비롯한 우리나라 모든 수사기관들이 오랜 세월 유지해온 낡은 관행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인권 수사’를 천명해온 공수처가 기존 수사기관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이번 논란이 ‘정치 공방’으로 그쳐선 안 된다. 여야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남용을 막을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통신자료는 통신서비스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말한다. 수사기관이 간단한 사유만 적어 이동통신사 등에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 피의자와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활용된다. 통화 일시와 시간 등 통화 내역이 포함돼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 확인 자료’와는 다르다. 통신자료 조회의 문제점은 사전·사후 통제 장치가 없다 보니,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법원의 영장도 필요 없을 뿐더러,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해 주지도 않는다. 사찰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016년에는 시민 500여명이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수집은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참여연대가 지난 27일 성명에서 밝혔듯이, 통신자료 조회는 “위헌적인 제도임에도 수사기관들이 일상적으로 자행해온” 관행이다. 검찰과 경찰도 이런 관행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수사기관별 통신자료 조회 건수는 검찰 59만여건, 경찰 187만여건에 이른다. 공수처의 135건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1년6개월 동안 검찰이 조회한 통신자료도 282만여건이나 됐다. 이런 점에서 윤 후보가 29일 “대통령이 되면 공수처의 불법 행위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것은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라 할 수 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번 일을 공수처에 대한 공격의 소재로만 삼는다면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동안 여러 차례 통신자료 조회 남용 방지 조항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고도 처리를 못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여야는 수사기관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막을 제도 개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우리 엄마가 ‘백종원’으로 변했어요~ 1.

우리 엄마가 ‘백종원’으로 변했어요~

김 여사 공천개입,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9월20일 뉴스뷰리핑] 2.

김 여사 공천개입,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9월20일 뉴스뷰리핑]

[사설] 정부 비판 기자회견에 대관 취소한 언론재단 3.

[사설] 정부 비판 기자회견에 대관 취소한 언론재단

[사설] 권력 눈치본 검사들 대놓고 발탁한 검찰 인사, ‘김건희’ 수사 말라는 신호인가 4.

[사설] 권력 눈치본 검사들 대놓고 발탁한 검찰 인사, ‘김건희’ 수사 말라는 신호인가

[사설] 계속되는 김 여사 공천 개입설, 사실관계 분명히 밝혀야 5.

[사설] 계속되는 김 여사 공천 개입설, 사실관계 분명히 밝혀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