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강원도 최전방의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북 감시망의 허점이 또다시 노출됐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27일 금강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GP와 금강산. 연합뉴스
새해 첫날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는 모습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히고 경보가 울렸는데도 군은 3시간 동안 월북 상황을 알지 못했다. 최전방 경계에 또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실상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터라 월북자의 신변 안전도 우려된다.
합동참모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월북자가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의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은 것은 1일 오후 6시40분께였다. 폐회로텔레비전에 이 장면이 찍혔지만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했고, 철책에 설치된 광망(철조망 감시센서)이 작동해 경보가 울려 부대가 출동했지만 철책이 훼손되지 않아 이상이 없다고 오판해 철수했다. 상부에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약 3시간 뒤인 오후 9시20분에야 군은 비무장지대에서 움직이는 월북자를 열상감시장비(TOD)로 발견하고, 뒤늦게 신병 확보 작전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월북 사건이 벌어진 22사단은 그동안 이른바 ‘노크 귀순’ ‘오리발 귀순’ 등 경계 실패가 발생한 곳이다. 그때마다 군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과학화 경계감시장비’를 보강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학화 경계감시장비는 정상 작동돼 월북자를 포착했지만, 허술한 초동 대처로 3시간 가까이 허비하는 바람에 월북을 막지 못했다. 22사단이 전방 육지 경계와 동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어 다른 사단보다 어려움이 크고, 인력과 장비가 월남을 감시하는 데 집중돼 있어 월북을 포착하기는 더욱 힘들다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되풀이되는 경계 실패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장비와 인력 운용 등에서 개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군은 “국민 보호 차원에서 2일 아침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월북자의 신원과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20년 9월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군에게 피격 사망했을 때, 북한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른 조처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 비인도적 사태가 또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북은 월북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인도적 차원에서 안전하게 송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