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여의도동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황들이 새롭게 드러났다. 윤 후보 쪽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신한증권 계좌 외에 4개의 계좌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한겨레>를 비롯한 여러 매체가 검찰 공소장의 범죄일람표 등을 근거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기간 중에 김건희씨 계좌 5개가 사용됐다. 이 가운데 하나는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씨(구속기소)에게 맡겼던 것으로 윤 후보 쪽은 “손실을 본 뒤 2010년 5월 이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또다른 주가조작 가담자인 투자자문사 대표 이아무개씨(구속기소)가 김건희씨 계좌 2개를 범죄에 이용했다. 이밖에도 김건희씨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구속기소)의 권유로 2개 계좌를 통해 직접 주식을 사들였다. 2010년 1월~2011년 3월 김씨 명의 계좌로 통정매매(106건), 고가매수(113건), 물량소진(45건), 허수매수(16건), 종가관여(4건) 등 284차례 시세조종이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윤 후보는 이아무개씨에게 맡겼다는 계좌 하나만 지난해 공개했는데, 이 계좌의 거래 내역에도 고가매수, 종가관리 등 주가조작 정황이 나타나 있다.
김건희씨는 주가조작 사건 이외에도 도이치모터스와 다수의 수상한 거래를 해왔다. 2012년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 51만여주를 헐값에 넘겨받고 2013년 설립한 도이치파이낸셜의 주식 2억원어치를 액면가로 사들이기도 했다. 도이치모터스는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에 지속적으로 협찬을 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김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모른 채 주식거래에 참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 후보의 말도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대선 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10년 5월 이후 추가 주식거래가 있었는지 말해 달라”고 하자 윤 후보는 “당연히 주식을 했죠, 제 처가”라며 “손해 본 것도 있고, 번 것도 있다”고 답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로 손해만 보고 2010년 5월 이후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던 그동안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렇게 말이 바뀌니 윤 후보의 해명을 신뢰하기 어렵다.
주가조작은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기면서 거액의 이득을 챙기는 중범죄라는 점, 해당 의혹에 대해 윤 후보가 줄곧 부인해 정직성 판단의 기준이 됐다는 점, 검찰총장 출신 후보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 등에서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건희씨 조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가조작 가담자들을 모두 구속기소하고 김건희씨가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정황을 확보하고도 김씨를 소환조사조차 않는 것은 ‘봐주기 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