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왼쪽)을 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 위원,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경제 1분과 간사에 임명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간사에 15일 임명했다. 최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할 때, 재계에 ‘미르재단’ 출연을 압박했다. 비록 그 일로 기소를 당하지 않아 형사 처벌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흠이 결코 가볍지 않다. 문제가 있는 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1분과 간사는 다른 두명의 인수위원과 함께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거시정책과 금융정책의 밑그림을 짜는 자리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코로나19 대응 관련 소상공인 지원, 연금 개혁 등 경제 공약을 정부 부처와 원만히 협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전 차관은 거시경제와 금융정책 분야를 오래 다뤄온 정통 경제관료로서, 전문성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 사건’ 재판 기록을 보면, 그는 대통령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전경련 임원 등에게 출연금 약정을 강하게 압박하는 등 깊숙이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합병으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규모를 적게 판단해 달라는 삼성의 요구를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전했다는 증언도 나온 바 있다. 법원이 엄하게 단죄한 ‘정경유착’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수위 경제분과 간사 임명은 새 정부가 앞으로 경제를 운용하면서 어떤 사람을 중용할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하필 정경유착에 연루된 인사를 맨 앞에 세우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윤 당선자의 서울대 법대 후배라는 학연이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면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공작에 가담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으로 임명한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후로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 정치인을 비난하는 온라인 댓글을 9천회 이상 달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댓글 공작 혐의는 그대로 유죄였지만, 대통령 기록물 유출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국방 분야 실세였던 김 전 기획관은 2012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체결 당시 ‘밀실 협정’을 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물러났다. 그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을 당연시하는 논문을 여러차례 쓰기도 했다. 또 북한에 대해 전쟁과 무력 사용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선제타격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 시절 큰 논란을 일으킨 발언과 맥락이 비슷하다. 김 기획관의 인수위원 임명이 대선 공약을 그대로 추진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외교 정책을 뒤집겠다는 것이라면 너무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