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1월 17일 오전 건축, 구조 분야 전문가로 이루어진 자문단들이 후속 조치를 위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광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1월 광주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를 낸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해 28일 국토교통부가 ‘가장 엄중한 처분’을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가장 엄중한 처분은 ‘등록 말소’다. 등록말소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낸 동아건설산업 외에는 전례가 없는 고강도 조처다. 등록이 말소되면 영업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과거 공사 실적, 브랜드 등이 아예 말소되기 때문에 유사한 이름의 회사를 다시 설립해도 사실상 영업 활동이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국토부 의견 검토,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9월 안에 현산에 대한 처분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산은 지난해 6월에도 광주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건물 철거 도중 붕괴 사고를 일으켜, 광구 동구청이 영업정지 8개월의 처분을 서울시에 요청한 바 있다. 서울시는 합당한 이유 없이 관용을 베푸는 일이 없어야 한다. 건설사의 부실 시공 사고가 잊을 만하면 또 터지곤 하는 것은 부실 시공으로 얻는 이득에 비해 처벌은 가볍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단호히 처벌하고, 향후 처벌을 강화해 근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앞서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의 지난 14일 발표를 보면, 현대산업개발의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는 바닥 시공 방법을 멋대로 바꾸고, 동바리(가설지지대)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작업한 탓에 일어났다. 건축에 쓰인 콘트리트의 강도도 기준에 미달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물은 다시 지어야 할 정도로 훼손됐다. 그 책임을 물어 국토부가 가장 엄한 처분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광주경찰청이 이날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에서도 바닥 시공 방법 무단 변경, 동바리 미설치, 콘크리트 강도 기준 미달 등이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또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았다.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 또는 노동자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지금처럼 지방자치단체에 처분을 요청하지 않고 곧바로 시공사의 등록을 말소하고 5년간 신규 등록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5년간 부실시공으로 2차례 이상 적발돼도 등록을 말소하고 3년간 신규 등록을 제한한다. 부실시공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3배로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하기로 했다. 건설사들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벌 위주 대책”이라고 반발하는데, 서둘러 법을 개정해 못을 박아야 한다.
우리 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한 것에 견줘 건설 현장은 매우 낙후돼 있다. 하도급 공사 대금 후려치기가 만연해 있고, 위계의 맨 아래쪽에 있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그 짐이 고스란히 지워진다. 2020년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절반이 건설 현장에서 나온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런 과거와 결별하려면, 부실 공사와 거기에서 비롯하는 사망 사고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고, 굳건히 밀고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