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배현진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 19일 ‘차관급 인선에선 여성이나 청년 등 안배를 늘릴 계획을 당선인이 갖고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새로이 소개해드릴 인사들에 대해서도 국민들께 보여주기 위한 트로피 인사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직후 윤석열 당선자가 내놨던 일성과도 어긋날뿐더러, 통합·균형·다양성을 폄훼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 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
이날 배 대변인은 “인선 기준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유능함, 그리고 직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이라며 “성별, 지역, 연령에 따른 제한을 따로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통합·균형·다양성을 능력과는 배척되는 가치로 간주한 발언이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도 배제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는 건 상식이다.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쓰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통합·균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국가 최고 지도자가 취할 올바른 자세다. 역대 모든 정권이 적어도 겉으로는 세대·성·지역 편중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특히 ‘트로피 인사’라는 단어 사용이 고약하다. 우리 사회의 무한경쟁을 부추겨온 형식적 ‘능력주의’를 부채질하고, 출발선을 다르게 하는 계층 등 구조적인 격차가 있는 지점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윤 당선자의 인식에서도 드러났던 문제점이다. 윤 당선자는 대선 기간에 한국의 여성들에 대해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말했고, 최근 젠더 갈등에 대해 묻는 외신에 “대선 기간 부상했던 젠더 이슈는 본질과 거리가 먼 ‘정치적인 프레임’이었다”고 답한 바 있다. 다양성을 ‘안배’나 ‘시혜’의 대상 정도로 보는 인식도 드러냈다.
그렇게 ‘능력’대로 뽑았다는 1기 내각은 ‘서육남’(서울대 출신 60대 남성) 일색인데다, 최측근 법무부 장관, 40년 전 인연을 맺은 보건복지부 장관, 고교-대학 직계 후배 행정안전부 장관 지명 등 자신과 사적 인연으로 맺어진 기득권 엘리트를 중용한 정실 인사의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30대 장관이 여러명 나올 것”이라던 후보 시절의 약속을 어긴 것은 물론, 당선 뒤 약속했던 국민 통합과도 한참 동떨어졌다. 후속 인사에서마저 통합·균형·다양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바람을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