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검찰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입법을 위해 전격 탈당했다. 무소속으로 신분을 바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법안에 반발하는 검찰의 집단행동이 민주당 내 강경론을 부추긴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둘 일인지 우려스럽다. ‘검찰개혁’이란 대의를 관철하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은 희생시켜도 좋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 의원이 스스로 탈당하겠다는 비상한 결단을 내렸고, 지도부는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도 인정하듯 민 의원의 탈당은 상임위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게 일차적 목적이다. 여야 이견이 큰 법안은 여야 각 3명으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최장 90일간 논의할 수 있는데, 야당 몫 3명 가운데 한 자리는 무소속 등 비교섭단체 의원이 맡는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 같은 당 출신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보임시켜 인원 구성을 ‘여권 4, 야당 2’로 만든 뒤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양 의원이 이런 방식에 부정적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민 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에 투입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게다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 의원이 고민하고 있다면 어쩔 수 없다. 그에 따른 대책도 다 준비돼 있다”고 실토했다. 이를 두고 민 의원의 ‘비상한 결단’이라 말하는 건 정당정치를 희화화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민 의원이 탈당한 지 얼마 안 돼 민주당은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행동이 법 절차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행 입법의 나쁜 선례를 남기고 여야 대립을 격화시킨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어려울수록 정면으로 설득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도다. 정치적 실익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수사-기소권 분리’에 동의하더라도 민주당의 무리한 속도전은 거대정당의 오만과 독주로 비쳐 여론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부실 입법과 정국 파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순방 일정까지 미뤄가며 여야 협의를 요청했고, 정의당은 ‘분리 뒤 시행 1년 유예’를 포함한 중재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무리수를 남발하다 게도 구럭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