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월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외국 대학 진학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가족 찬스’를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평범한 국민들로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방법들이다. ‘이해충돌’ 여부 등도 따져봐야 하지만 한 후보자가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4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국내 유명 국제학교에 다니는 한 후보자 맏딸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한 지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복지시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노트북 후원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기업들에 보내 한 기업으로부터 중고 노트북 50여대를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고도 말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노트북 기증 과정에서 한 후보자 배우자의 지인인 이 기업의 법무 담당 임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한겨레>는 또 한 후보자 딸이 지난해 외할머니 소유 건물에서 자신이 다니는 유학 전문 미술학원 학생들과 ‘차별금지’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한 후보자 배우자는 이 전시회 기획안을 학원 쪽에 전달하고, 부모들이 모은 전시회 후원금을 복지시설에 전달했다고 한다. 한 후보자 딸은 불과 두달 만에 각기 다른 주제의 논문 5개를 저널에 발표하고 1년 만에 영어로 된 전자책 10권을 출판하기도 했다. 미국 주요 대학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온 가족의 인맥과 능력이 총동원됐다는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 후보자 쪽은 이날 그의 자녀가 관련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취지로 해명하며, <한겨레> 보도가 ‘악의적인 허위보도’라고 주장했다. 청소년의 자원봉사 활동은 권장할 일이다. 스펙 쌓기라는 목적도 오늘날 세태를 생각하면 크게 나무라기 어렵다. 그러나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 봤듯이, 이 과정에 부모의 막강한 인맥이 개입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심각한 공정성의 문제로 대두할 수밖에 없다는 걸 조국 일가족 수사를 이끌었던 한 후보자가 누구보다 잘 알 거라고 본다.
한 후보자 딸이 인터뷰했던 미국 언론 2곳 중 한곳은 <한겨레> 보도 이후 해당 기사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렸다. 그렇다고 ‘그들만의 리그’를 눈치챈 국민의 허탈감마저 지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주장해왔다. 지금 한 후보자가 할 일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성실히 해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