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며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6일 이 상임고문을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계양을 후보로 전략공천하고, 지방선거를 지휘할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함께 맡겼다.
이 상임고문 출마를 두고는 당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대선 이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이 상임고문의 조기 등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현실적 상황이 그를 불러내는 명분으로 작용했다. 이 상임고문도 이날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며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반드시 이끌겠다”고 했다.
한편으로 이 상임고문이 대선에서 패배한 지 두달도 안 된 시점에서 정치 전면에 나서는 데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당 안팎에 엄연히 자리하고 있다. 0.73%포인트 차라고 해도 패배는 패배이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책임과 이유에 대해 충분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거친 뒤 거취를 결정하는 게 패배한 대선 후보로서 바람직한 자세라는 점은 분명하다. 연고지인 분당갑 대신 아무런 인연이 없는 계양을을 택한 것도 명분이 약하다. 대장동과 법인카드 유용 등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에 맞서기 위해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활용하려는 ‘방탄용 출마’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7일 ‘고양이 탈을 쓴 호랑이’에 빗대 이 상임고문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 상임고문도 이런 우려와 비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 측의 과도한 비방과 억지 공격도 결단의 한 요인임을 부정하지 않겠다”면서도 “(억지 공세를) 정면 돌파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정치의 정도”라고 자신의 선택을 옹호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왜 지금 이재명이 나서야 했는지 분명한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그는 “입법과 국정감시를 통해 민생실용정치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 말대로 새 정부를 적극 견제하면서도 민생 향상을 선도하는 야당의 길을 얼마나 구체화해 보여줄 것인지를 국민들은 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