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12일 연 첫 국무회의에서 59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과 소기업주 등 370만명에게 각 600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23조원을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지방정부 이전분을 포함해 모두 52조원의 정부 지출을 늘리는 내용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안인데, 정부는 적자 보전용 국채를 전혀 발행하지 않고 편성했다고 밝혔다. 내용을 보니, 올해 세수가 지난 2월 1차 추경을 할 때 추계했던 것보다 무려 53조3천억원 많을 것이라며 그 돈을 쓰겠다고 한다. 불과 석달 만에 정부 살림에 53조원의 공돈이 생겼다는 설명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석달 전 1차 추경 때 기재부는 본예산의 세수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쓸 돈이 없어 대규모 추경 편성은 어렵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석달 뒤 세수 전망을 15% 넘게 늘려 잡았다. 그사이 달라진 것은 정권 교체뿐이다. 정치 상황에 따라 세수 추계를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이라면,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와 정책의 수혜자인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추계가 세수 전망을 지나치게 낮춰 잡은 것인지, 이번 추계가 실상을 부풀린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기재부의 세수 추계가 심각할 정도로 엉터리였음을 고려하면 이번 추계를 신뢰하기도 어렵다. 기재부는 지난해 두차례나 세수 전망을 큰 폭으로 수정했는데, 결국 본예산 대비 20%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추계 오차가 발생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번 추계의 근거를 국회에 구체적으로 밝히고, 나중에 크게 틀린 것으로 드러나면 책임져야 한다.
재정 적자를 늘리지 않는 추경 편성이라면 규모가 사상 최대인 것은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실질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면 이는 물가 상승 때문일 것이다. 추경을 통한 대규모 정부 지출은 물가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추경의 내용 면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손실 규모를 개별적으로 따지지 않고 최소 600만원을 지원하기 위해 23조원에 이르는 돈을 쓰면서, 취약계층 지원과 물가 안정 지원에는 겨우 3조1천억원을 배정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가 합리적인 조정안을 도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