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 오산공군기지 내 항공우주작전본부 작전조정실을 방문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3일 방한이 한·미 정상의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으로 시작해, 한반도 인근 항공우주작전을 총괄하는 오산 항공우주작전 본부(KAOC) 방문으로 22일 마무리됐다. 한반도 안보가 중심이었던 한-미 동맹을 반도체 동맹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안보 동맹’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가치 동맹까지 전방위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이 곳곳에서 두드러졌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적극 협력하며 ‘미국과 함께 가는’ 길을 선택했다. 국제질서 급변의 시기에 한국의 무게중심이 미국 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과 중국 리스크는 커졌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정상회담에서 대북 억제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공동성명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로 하고,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 준비에 대응할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압박뿐 아니라 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실종된 듯 보인다. 북한을 향해 “대화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말과 달리 대화와 외교의 방책이 보이지 않고, 북이 강하게 반발해온 대북 억제책만 도드라졌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됐던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언급도 사라졌다.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맞대응하면서, 남북·북-미가 강 대 강으로 맞서며 ‘화염과 분노’ 위협을 주고받던 2017년 말의 위태로운 정세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의 범위를 반도체·배터리·사이버, 우주, 원전·보건 협력, 글로벌 사안들까지 전방위로 확장하겠다는 의기투합이 한국에 ‘양날의 칼’일 수 있음 또한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동참하기로 공식화했고,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 기술을 개발, 사용, 발전시킬 것”을 선언했다.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한번도 직접 거론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제창한 ‘민주주의 가치 동맹’의 일원으로서 그 가치에 맞지 않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대만해협의 평화’를 거듭 강조한 데 더해, ‘아·태 지역의 인권 상황 우려’라는 표현으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미국은 한국의 아이피이에프 참여와 한-미 동맹 확장, 삼성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 등 원하던 목표를 구체적으로 달성했다. 한국의 실익은 그만큼 구체적이지 않고 부담은 커졌다. 정상회담은 끝났다. 하지만 예고된 한반도 긴장 고조와 중국과의 경제·외교 리스크 관리, 글로벌 동맹 격상에 따른 ‘청구서’를 어떻게 부담할지 등 무거운 질문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