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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준법감시위원장의 ‘이재용 사면론’ 공론화, 온당치 않다

등록 2022-06-06 18:24수정 2022-06-07 02:4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이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에 이찬희 제2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가세했다. 이유도 부적절하지만, 삼성이 법적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는지 감시하는 게 역할인 기구의 위원장 발언이란 점에서 온당치 않다.

이찬희 위원장은 지난 3일 삼성 관계사 최고경영진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다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5일 <한겨레>에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어려워서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상황”을 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준감위가 비판을 의식한 듯 개인 의견일 뿐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도 아랑곳 않은 것이다.

경제위기와 여론을 내세운 이 부회장의 가석방·사면 주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8월 그의 가석방 이후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며 분출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경제단체 5곳의 청원에 이어 지난 2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또한 추경호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이를 꺼내들었다. 이미 가석방 특전을 받은 이 부회장에게 또다시 특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법치주의를 흔들어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갉아먹을 수 있는 일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에 참석하고 이번주부터 2주간 유럽 출장에도 나서, ‘경영활동 지장’이란 이유도 공감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삼성의 준법·윤리경영을 독립적으로 감시하는 기구의 위상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위험하다. 준감위는 2020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 주문에 맞춰 설치됐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비판적 시선이 많았지만, 제1기 활동을 통해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무노조 경영 폐기 등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해 시작된 제2기의 최우선 과제는 ‘지배구조 개선’이 꼽혀왔다. 그런데 경영 승계를 도와달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뇌물을 준 범죄행위를 없애자는 건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의심케 할 것이다. 일각에선 잇단 사면론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회계조작 논란에 따라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준감위가 삼성의 ‘면피용’이라는 부정적 여론만 강화하지 않겠나. 사법정의를 훼손하고 준감위를 무력화시킬 이번 발언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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