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신소영, 김혜윤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하도 이슈가 많아 기사를 꼼꼼히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의혹이 팩트인지 그걸 더 확인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가족 찬스’ ‘이해충돌’ 내각으로 불릴 정도로 첫 국무위원 인선이 호된 비판을 받고도, 윤 대통령의 인식이 정호영 전 후보자에 대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 하던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사 출근길에 박 후보자 음주운전 논란에 대해 “언제 한 것이며, 여러 가지 상황, 다발성, 도덕성 같은 걸 다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래전 일이고 상습적이지도 않으니 문제 될 게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기준보다 2.5배(0.251%)나 높아 절대 운전대를 잡아선 안 되는 상태였고, 벌금형 약식명령에 불복해 선고유예 처분을 받아낸 경위가 석연치 않은 것 등은 아랑곳 않겠다는 태도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내세우기도 했다.
전날 새롭게 제기된 김승희 후보자 어머니의 위장전입 의혹은 앞서 나온 의혹들보다 한층 졸렬하다. 지난해 100살 노모가 남양주 왕숙지구 신도시 지정 발표를 앞두고 무허가 컨테이너 건물에 전입신고를 했는데, 토지 보상비에다 주거 이전비까지 챙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노모는 김 후보자 딸에게 아파트를 판 뒤 전세계약을 맺는 등 편법 증여를 한 의혹도 받고 있다. 둘 다 노모 스스로 했을 거라 보기 어려운 일이다. 김 후보자는 공무원 시절 관사에 살면서 세종시 ‘특공 분양’을 받는가 하면, 국회의원 시절 업무용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편법 인수하기도 했다.
두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공교롭게도 그들이 수장이 될 부처의 존재 이유를 거스르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부터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교장 승진에서 배제되는데, 만취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이가 교육부 수장이 되는 건 대단히 부조리하다. 박 후보자는 논문 중복 게재와 표절 전력도 있다. 편법으로 부동산 재테크를 일삼은 이가 사회적 약자들의 지지대가 돼야 할 복지부를 이끄는 것도 웃지 못할 촌극이다.
윤 대통령은 적격성 시비에 휘말린 국무위원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에 먼저 지명을 철회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두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의혹들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해온 ‘법대로’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