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총파업 8일째인 14일 밤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5차 실무교섭에서 국토교통부와 협상을 마친 화물연대 김태영 수석부위원장(가운데) 등이 회의실을 나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14일 밤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대해 운영 중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등 논의’에 합의하며 지난 7일 시작된 화물연대 총파업이 종료됐다. 화물기사들에게 최저임금이나 다름없는 안전운임제가 올해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물류 차질에 따른 산업 피해가 늘어나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안전운임제의 일몰 조항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완전한 제도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이날 밤 협상을 재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양쪽은 서로 강경한 기조로 내달리는 듯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를 방문해 상황을 점검하고 물류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그러나 파업 현장까지 가놓고도 자신과 대화를 요구해온 화물연대 쪽과는 접촉조차 하지 않은 채 기자들을 불러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경제를 볼모로 일방적인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면 중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해 경제단체가 요구해온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화물기사들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내비친 것은 지나치고 부적절했다.
사실 정부는 파업 초기부터 ‘강경 대응과 ‘엄정 대처’를 강조하며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출범한 지 한달도 안 된 윤석열 정부의 이런 태도는 노동계에 대한 기선 제압을 노린 것으로 비쳤다. 하지만 화물기사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비조합원들까지 파업에 합류했으며, 물리적 행동도 자제했다.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한 절박함과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성숙한 대응의 결과였다.
이번 합의로 큰 고비는 넘겼지만,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국토부는 신속하게 제도 시행 효과 분석을 제출하고 국회는 원 구성이 마무리되는대로 우선적으로 법 논의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원가와 연동해 최소 운임을 보장함으로써 화물기사들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고, 화물차의 과적과 장시간 운행에 따른 대형 인명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큰 것으로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에서 확인됐다. 갈수록 심해지는 화물기사 구인난을 해결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경제계도 눈앞의 비용에만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으로 무엇이 이익인지 살펴 일몰제 폐지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