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꾸린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21일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과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등을 핵심으로 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우려됐던 ‘경찰국 신설’을 공식 권고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법무부 장관을 통한 검찰 장악에 이어 윤 대통령의 고교·대학 후배인 행안부 장관이 경찰까지 직할하는 체제로 가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를 방불케 하는 퇴행이다.
30년 전인 1991년 경찰 조직을 내무부(행정안전부 전신)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시킨 배경에는 군사독재하에서 경찰이 시민들에게 고문·폭력을 자행하며 자유를 옥죄었던 공포의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막강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찰이 정권의 직접적 지휘 아래 놓이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쓰라린 역사였다. 1991년 당시 경찰청 독립에도 불구하고 내무부 안에 경찰을 장악하기 위한 조직(경찰국 또는 치안국)과 경찰청장 지휘 규칙을 만들려는 시대역행적인 시도가 있었으나 끝내 실패했다. 이제 와 그런 시도를 되풀이하다니 역사에 대한 무지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이번 권고안은 법치주의에도 어긋난다. 헌법은 장관의 직무를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부조직법에서 행안부 장관의 직무 중 ‘치안’은 제외된 지 오래다. 행안부와 경찰의 관계를 재설정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 마음대로 시행령을 통해 행안부 장관의 경찰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것은 법 무시에 다름 아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이전 등 제도 개혁으로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만큼 견제 장치도 강화돼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시민의 인권, 경찰의 정치적 중립 등을 보장하기 위한 민주적 통제를 말하는 것이지 경찰을 정권의 손아귀에 두는 정치적 장악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이미 경찰 감독 기구로 설치된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고, 경찰을 감시·견제할 시민참여 기구들을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를 명확히 하고 자치경찰을 강화하는 등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필요도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와 인권 보호를 추구한다면 이러한 방향에서 다양한 의견을 모아나가는 게 급선무다. 이번 자문위처럼 구성도 활동도 불투명한 밀실행정으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권고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열린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