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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잊힌 비극’ 아프간 덮친 지진, 국제사회 외면 말아야

등록 2022-06-23 18:06수정 2022-06-24 02:39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파티카주에서 22일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구한 부상자를 주민들이 구출하고 있다. 파티카/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파티카주에서 22일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구한 부상자를 주민들이 구출하고 있다. 파티카/AP 연합뉴스

지난해 미군 철수와 탈레반 집권 이후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강진이 덮쳤다. 22일 새벽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팍티카주와 호스트주에서 일어난 규모 5.9 지진에 잠자고 있던 주민들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었다. 빈곤한 산악지역에 진흙과 나무 등으로 지어진 허술한 집들은 지진에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탈레반 정부는 지금까지 1천명 이상이 숨졌고, 부상자는 1500명 이상이라고 집계했지만, 수많은 실종자들이 잔해에 깔려 있어 사상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구조 작업에 필요한 중장비도 없는 가운데 주민들은 맨손으로 잔해를 헤집으며 생존자들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한다. 피해 지역은 험준한 산악지대로 구조대가 접근하기 어렵고 폭우와 추위가 계속되고 있어, 건물 더미에 깔린 피해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탈레반 정부는 대형 재난을 감당할 만한 행정력이 없고, 서방 제재 등으로 국제기구의 현지 구호 활동도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아프간에 남아 있는 국제 구호단체들이 피해 지역으로 향하고 있지만, 의약품, 구조장비, 이재민들에게 제공할 식량, 생필품, 방한용품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번 지진의 비극은 지난해 미군 철수와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잠시 전세계의 관심을 모은 뒤 잊혀버린 아프간이 겪고 있는 거대한 재난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탈레반 집권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은 아프간 외환보유고 가운데 약 70억달러를 동결했고, 국제사회의 원조는 급감했다. 가뭄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간 인구의 절반인 2천만명이 심각한 기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집계했다. 수백만명은 실업 상태이고, 공무원들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며, 굶주리는 주민들이 아이들을 내다 파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분쟁, 기아, 경제적 고통으로 이미 몹시 휘청거리고 있는 아프간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전세계가 연대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23일 “금번 피해 지역에 대한 조속한 복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 여파로 깊어진 식량 위기 속에서 정작 빈곤국 가난한 이들의 더 큰 고통은 잊히고 있다. 탈레반 정부는 국제적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아프간의 고통을 덜어줄 지원의 손길을 맞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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