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세를 30% 내렸지만, 유류세 인하분이 주유소 판매가격에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가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세수 감소를 감수한 채 유류세를 지난해 11월부터는 20%, 5월부터는 30%를 내려 적용하고 있다. 7월부터는 인하폭을 37%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주유소가 유류세 인하분을 다 반영하지 않은 가격으로 휘발유, 경유를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유류세 인하 혜택을 주유소가 가로채고 있다면 눈감아선 안 될 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는데, 담합 등 불법행위가 없는지 철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유류세 인하를 둘러싸고 그동안 소비자 불만은 주유소가 신속하게 세금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것에 집중됐다. 유류세는 정유사에서 석유제품을 출고할 때 부과한다. 따라서 주유소는 재고를 소진하고 인하된 유류세가 붙은 새 제품을 들여올 때부터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 시차 탓에 논란이 이어졌다. 그런데 소비자단체 이(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유류세를 20% 내린 지난해 11월과 최근의 주유소 석유제품 가격 변동을 조사해보니, 30%로 확대한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충실히 반영한 주유소가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6월18일 기준으로 지난해 11월보다 420원 올랐고 유류세는 리터당 247원 내렸으니, 판매 가격은 173원 인상 요인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국 1만792곳 가운데 99.2%가 그 이상으로 값을 올린 것이다. 경유 판매가격도 마찬가지였다. 기름값 상승에도 소비자들이 소비를 잘 줄이지 않고 습관적으로 같은 주유소를 이용하는 속성이 있어,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다 반영하지 않고 비싸게 팔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주유소들이 담합을 했다면 소비자를 등치는 시장 교란 행위다.
국회에선 여야 의원들이 유류세를 더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거나, 추가 인하 의견을 내고 있다. 유류세 인하는 운송연료비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에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고, 가격 상승에 따른 석유 소비 억제 유인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그런데다 주유소들이 인하 혜택의 일부를 이익으로 가로채기까지 한다면 정부가 들이는 비용에 비해 정책 효과가 너무 떨어지게 된다. 유류세 37% 인하로 한달 세수가 7천억원가량 감소한다. 인하폭 추가 확대를 논의하기에 앞서 면밀히 짚어야 한다.